본문 바로가기
  • I write and draw to empty my mind and to fill my heart ..
책(Books)

( 책 ) 삶은 왜 짐이 되었는가

by ts_cho 2021. 2. 14.

삶은 왜 짐이 되었는가, 박찬국 지음, 21세기 북스 발간, 2020, 264쪽

 

일전에 누구를 기다리면서 교보문고에서 책 구경을 하다가 책 표지도 또 책의 제목도 한번에 눈에 들어오는

책이 있어 들춰보니 서울대 철학과 박찬국 교수가 독일의 철학자 하이데거의 철학을 쉽게 설명한 내용이어서

서서 몇 페이지 읽어보다가 흥미가 있어 사가지고 온다.

학문으로서 철학을 공부해보지 않았던  내 실력으로는 감히 20세기 이후의 철학사뿐 아니라 문학,심리학, 신학,

생태학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위대한 철학자 Martin Heidegger의 사상에 대해서 변변히 아는 바도 없었고

또 내가 그동안 막연히 들어서 알고 있기에 하이데거의 철학은 엄청 어렵다는 정도였는데 박찬국 교수가 정말 쉽게 

하이데거 철학의 정수를 설명하고 있어 264쪽의 그리 두껍지도 않은 책 비교적 어렵지 않게 읽힌다.

 

아닌게 아니라 책의 프로로그에 써 있기를 하이데거의 대표작이자 당시 지성계를 뒤흔든 20세기의 기념비적인

책 " 존재와 시간 ( Sein und Zeit) " 이 서울대에서 선정한 '권장도서 100인선' 에 포함되지 못한 이유도 책의

내용이 너무 어려워서였다고 하는데 하이데거는 현대 기술 문명의 위기를 진단하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길을 사유하는데 자신의 삶을 바쳤다고 한다.

 

책의 내용을 간단히 줄여보자면 인간뿐 아니라 자연계의 모든 사물들이 존재 그 자체의 신성함을 상실하고

에너지를 얻기 위한 하나의 도구로 사용되기 사작하면서 삶의 불행함과 현대사회의 위기가 시작되고 있으며

과학과 기술의 우상화로 인해 우리는 스스로 과학기술문명의 주체라고 자부하면서 살지만 실은 현대라는

거대한 기계 속의 부품으로 소모되고 있을 뿐이라는 것. 이런 상황하에서 우리는 권태와 무기력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소비와 오락 등 자극적인 것에 탐닉하거나 남의 흠을 들추어 자신의 우월함을 확인하려는

가십거리로 시간을 보내고 있은데 하이데거는 이를 두고 " 오늘날 인간은 존재를 망각했다 " 라고 한다.

여기까지 지금 현대문명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포인트는 이미 우리도 익숙하게 들어서 알고 있고 느끼고 있는

아야기인데 이 지점에서 하이데거의 처방이 나오는데 그가 제시하는 처방은 세간의 일들에 대한 호기심이나

잡담에서 벗어나 사물과 세계의 신비에 조용히 마음을 열 때 사물들은 무한한 깊이를 갖는 것으로 드러나고

그 때 비로서 우리 삶은 진정으로 충만해진다는 것이다. 타인과의 비교를 멀리하고 우리 스스로 존재하는 것

그 자체로 기쁨을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하라는 것. 죽음에 대한 피할 수 없는 불안이 충만한 삶을 만들 수 있는 

동력이 될 수 있도록 고독한 단독자로서의 자신과 대면하라는 것. 

 

어찌보면 하이데거의 이런 철학은 지금 수많은 현대문명의 폐단에 대한 처방이 난무하고 있는 시대에 우리 귀에

매우 익숙한 이야기 같은데 당시 그의 철학은 전통적인 서양철학이 추구했던 이성과 지성을 통한 세계와 사물의

이해와는 철저하게 다른 접근법이었다는 것이다. 그의 생각은 노장사상이나 선불교와 같은 동양사상에 근접하고

있다고 느끼게 되는데 사실 하이데거는 '도덕경'의 일부를 번역한 적도 있고 어느 강연에서는 '장자'의 글귀를 

언급한 적도 있다는 것이다. 세계와 사물의 실상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지성을 예리하게 갈고 닦을게 아니고

오히려 지성의 날카로움을 꺽어야 한다고 하는데 이렇게 세계와 사물의 경이로운 신비를 경험하는 인간이 되는

노력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우리 동양사람들이야 노장사상에 익숙하다보니 이런 그의 이야기가 그리 낯설지 않게 느껴지지만 당시 서양인들에게

세계와 사물에 내재되어 있는 어떤 신성함이나 질서를 언급하는 것이 어쩌면 상당히 신선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든다.

 

하이데거의 철학이 막연히 어렵다는 선입견을 갖고 있었던 나로서는  그의 철학이 이렇게 단순한 것이었나 하는

놀라움이 있는데 물론 그의 철학을 박찬국 교수가 대중적으로 쉽게 설명하려다보니 이렇게 단순화하였을 것이지만

결국은 하이데거든 니체의 철학이든 인문학으로서 철학이 궁극적으로 가는 목표는 " 우리는 누구인가 " 에서

시작해서 "인간성의 회복" 이 아니겠는가 하는 생각을 한다.

 

 

 

'책(Books)'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책 ) 운명의 과학  (0) 2021.03.15
( 책 ) 조 바이든- 지켜야 할 약속  (0) 2021.02.21
( 책 ) 침묵의 봄  (0) 2021.02.12
( 책 ) 존재의 세가지 거짓말  (0) 2021.02.01
( 책 ) 외로워도 외롭지 않다.  (0) 2021.0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