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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Books)

( 책 ) 일기를 쓰다 2. 흠영 선집

by ts_cho 2022. 1. 10.

일기를 쓰다 2. 흠영 선집. 유만주 지음, 김하라 편역, 돌배게 펴냄, 2021. 314쪽

 

지난 달에 흠영 선집 1권에 대해서 짧은 글을 썼는데 1권이 개인적인 소회 중심이었다면 2권은 당시의 사회상에

대한 기록을 몇 카테고리로 분류해서 모아 놓은 글이다.

일전에 이미 언급한대로 저자 유만주( 1755-1788)는 약 200년전 서울에 살았던 사대부로  만 스무살에

시작하여 서른 네살 생일을 며칠 앞두고 세상을 뜨기 직전까지  일기를 썼는데 후세에 김하라 편역자가 이를

발췌하여 책으로 엮은 것.

 

1권 이야기에서 언급했지만 유만주는 과거에 그리 큰 뜻을 두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그래도 이조 시대 양반으로

뭔가 행세를 하기 위해 몇번 시험은 봤지만 계속 낙방하고 그냥 집에서 책만 보면서 세월을 보냈다.

그가 젊은 나이에 요절하면서 자기가 쓴 일기를 다 태우라고 했지만 그의 아버지가 자식의 문재가 너무도

아까운 마음에 보존한다. 그의 아버지 유한준이 남긴 기록을 보면 유만주는 몹시 아플 때나 일이 있어

외출할 때를 제외히고는 한순간도 책을 놓은 적이 없을 정도로 책을 좋아했다고 하며 경전과 역사책은 물론

제자백가의 기이하고 잘 알려지지 않은 책들,지리서, 패관잡설, 온 세상 구석구석의 숨어있는 괴이한

일들에 대한 기록에 이르기까지 소장한 책이 5천권이 넘었다고 한다. 책의 출판이 지금과 같지 않은

당시 상황에 5천여권의 장서는 정말 대단한 것이라고 아니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공적인 영역에서 무슨 업적을 남긴 것도 없으니 공적인 기록 즉 '조선왕조실록' 이나 '사마방목'과

같은 데서 이륾을 찾아 볼 수 없고 단지 사적 기록인 이 일기만이 후세에 전해질 뿐이다.

 

2권의 구성은 유만주의 눈에 보이는 조선의 여러 문제점들, 특이한 사람들, 몇군데 여행하면서의 짧은 기록,

서울 풍경, 그리고 마지막으로 주위의 자연에 대해서 쓴 일기들로 되어있다.

1권을 읽을 때와는 달리 2권은 사실 위주의 간단한 기록들이 중심을 이루고 있고 또 특별히 그런 일들이

당시 저자의 관심사였겠지만 지금 책을 읽는 내 입장에서는 별로 흥미를 유발하지도 않으니 그런 부분들은

그냥 건성 건성으로 읽고.  물론 이런 기록들은 이조시대의 사회상이나 문화를 연구하는 학자들에게는 상당히

도움이 되겠지만 그의 지인 누가 뭘했고 또 어쨌고 하는 기록을 읽는 것은 그리 재미있지는 않았고.

 

몇가지 특기할 만한 점은 불과 200여년전 낙후된 사회상을 보여주고 있는데 수레 하나 제대로 만들지 못해서

곡식을 실으려면 살찌고 건강한 소 두세마리가 끌어야하며 진흙탕이나 턱이 있는 곳에 이르면 소에게

채찍질을 해서야 간신히 끌었다는 이야기. 그러다가 어떤 이가 북경에 가서 보니 너무도 가볍고 편리해서 

감탄했다는 이야기하며 너무도 낙후된 공업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또 당시에는 인권이 어느 정도로 경시되었는지

이명( 1570-1648) 이라는 재상은 밥을 먹다가 혹 돌이 나오면 그 밥을 지은 여종을 죽이는 것을 법으로

삼아 여종이 마루 밑에 숨어 공포로 죽었다는 이야기 등등 당시 인권이 형편없이 무시되는 계급사회의

폐단을 기록하고 있다. 빈익빈 부익부 그리고 탐관오리들까지 사회의 기본이 정말 엉망이이서 민중들이 굶어

죽는 것이 비일비재하여 어린아이를 잡아 먹었다는 이야기까지 당시 사회상을 읽노라니 이조가 그렇게

허무하게 일본에게 멸망하게 된 것도 결코 무리는 아니었다는 생각도 하게도 된다.

 

유만주는 아무런 직분은 없지만 양반 사대부로 사회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기록한 이 일기를 보면

우리가 학교에서 배웠던 영정조 시대의 사회상과는 너무도 다르다는 생각이다.

역사에서의 기록이란 결국 어찌보면 승자의 기록인 만큼 영정조시대에는 태평성대를 구가한 것처럼 배웠고

또 가끔씩 영화나 티브이에서 당시의 사극을 보면 다들 아름다운 옷을 입고 풍류를 즐기는 문화시대인 것 처럼

착각하게 되는데 이 일기를 보면  민중들의 삶은 정말로 처참했다는 사실이다. 

지금도 지연 혈연 학연해 가면서 불평등하고 공정하지 못한 사회의 모습이 만연한데 당시는 국가를 포함한

제반 거버넌스가 엉망인 상태일테니 민중들의 삶은 어떘었을까 가히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을 것이다.

그로부터 200여년이 지난 지금은 정말 다른 세상이 되어 인권도 많이 신장되었고  삶의 질도 비교할 수 없게

발전하였지만 인간의 기본 본성은 그리 많이 달라지지는 않았다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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