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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Books)

( 책 ) 매핑 도스토옙스키

by ts_cho 2023. 2. 1.

매핑 도스토옙스키, 석영중 지음, 주식회사 열린책들 발행, 2021, 435쪽

 

지난해 말 고려대의 석영중 교수가 쓴 도스토옙스키 명장면 200” 을 읽고 블로그에  아주 짧게 러시아 문학과

도스토옙스키에 대해 글을 쓴 적이 있었는데 도스토옙스키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어서 석교수가 쓴

매핑 도스토옙스키를 읽는다.

 

도스토옙스키는 그의 삶에서 시베리아의 유형에서 시작하여 많은 지역을 이동하며 살았고 그런 그의 방랑적인

삶의 궤적이 빠짐없이 그의 소설에 반영이 되는데 이 책은 저자가 도스토옙스키가 거쳐갔던 러시아내의 여러 도시들

그리고 유럽까지 그의 흔적을 추적한 특별한 기행기이다.

48장으로 구성된 내용으로 대문호의 삶의 흔적을 찾아가는 여정 이야기 그리고 도스토옙스키의 개인사와

더불어 그의 여러 소설들에 대한 역사적인 배경 설명까지 아주 자세하고 흥미진진하게  기록하고 있어 이 책을

통하여 도스토옙스키의 문학세계를 조금이라도 이해하는데 아주 좋은 기회가 된다.

 

러시아에서 얼마나 도스토옙스키를 높이 기리고 있는가는 그의 기념관이 여섯 개나 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는데

기념관 뿐 아니라 그의 흔적이 있는 곳 여기 저기 그의 동상이 세워진 것 그리고 그가 잠시라도 거쳐간 집에는 그가

여기에 살았었다는 글이 쓰여진 작은 현판들까지 붙이고 있다는 사실을 보면 알 수 있다.

공병학교를 졸업하고 소위로 임관했다가 적성에 맞지 않는다고 집어치우고 글을 쓰기 시작한 도스토옙스키는

프랑스 혁명에 고무되어 러시아 사회의 변화와 개혁을 열망하던 반체제 활동 그룹에 가담하게 되는데 이에 긴장한

러시아 항실에서 이들을 체포, 정치범 수용소인 페트로파블롭스크 감옥으로 보내게 되면서 그의 유랑이 시직되게 된다.

사형 선고까지 받았으나 감형되면서 그는 다시 태어남을 경험하게 되며 삶에 대한 진지한 태도로 더 나은 소설을 쓰기

위해 매진하겠다고 결심한다.  시베리아의 옴스크 유형지에서 4년의 형기를 마치고 다시 페테르부르크로 돌아왔지만

평생 그를 괴롭히던 간질병으로 고생하면서 병의 치유를 위하여 러시아 여기 저기를 전전하게 된다.

또 도박에 빠져 돈이 곤궁해서 고생하던 시절의 기록들을 읽으면서 대문호의 다른 면도 보면서 놀랍기도 하고.

결국은 그리스도교에 귀의하면서 더욱 더 인간이 겪는 고통에 대해서 성찰하게 되고 이를 소설에 적극 반영하여

마지막 죽음을 앞두고 최후의 걸작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완성하게 된다.

카라마죠프가의 형제들에 대한 후대인들의 찬사는 대단한데 그 중에서 가장 괄목할 만한 것은 아인슈타인의

찬사라고  한다. 아인슈타인은 이 소설이 인류 문학 전체의 정점이라고 극찬했으며 내 손에 들어온 것 중 가장

위대한 것이라 단언했고 또 나는 그 어떤 과학자한테서 보다도, 심지어 가우스한테 보다도, 도스토옙스키한테서

배운 게 훨씬 많다고 말했다고 전해진다고 한다.

그가 얼마나 러시아 국민들에게 사랑을 받았는가는 또 그의 장례식 규모를 보면 알 수 있다는데 러시아 전역에서 파견된 70여개 대표간과 15개의 합창단, 수만명의 조문객까지 러시아 역사에 한 획을 긋는 행사였다고 하니 가히 짐작이 간다.

대문호의 묘비명은 그가 그토록 좋아했던 그래서 카라마죠프가의 형제들의 제사로 인용했던 요한복음서

한 구절로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알 그대로 남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

 

전술한 대로 도스토옙스키는 평생 동안 경제적인 어려움, 사랑하는 아들의 죽음, 간질 등 고통을 많이 겪은 삶을 살았는데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고통에 대해서 성찰하는 글을 많이 썼다고 한다.

도스토옙스키가 성찰했던 고통은 상대적이고 절대적이었는데  그는 고통의 원인을 규탄하는 것 못지않게 심각하게 고통의 결과에 대해서 우려했다. 어느 정도의 시련, 좌절, 불행은 인간의 갱생을 위한 토양이 될 수 있지만 딛고 일어설 수 없는

고통, 절대적인 고통은 인간을 무너뜨리게 된다고 인식한다.

무너진 인간의 가장 큰 특징이자 가장 두려운 특징을 도스토옙스키는 무감각이라고 보았다.

고통이 임계점을 넘어서면 인간은 감각을 상실하게 되는데 그의 소설 역시 저기서 이런 유형의 인간상이 묘사되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도스토옙스키가 생각한 공동체는 혈연이나 이해관계로 뭉친 집단이 아니고 아름답고 착한 감정으로 혼연일체가 된아이들 세계를 서로가 기억할 때 만들어 진다고 하였다. 인간 내면의 가장 깊은 곳에 있는 선을

상기하는 데서 그의 도덕관은 출발하고 그것이야 말로 본질에의 회귀이며, 현재를 있게 해준 근원에 대한 인정이며,

앞으로의 삶을 희구하게 해주는 동력이라고 하였다.

 

이 책을 쓰기 위해서 석교수는 2015년부터 2018년까지 러시아와 카자흐스탄과 유럽에 아홉 차례나 다녀왔다고 한다,

도스토옙스키의 기념관, 그의 동상, 그가 머물렀던 건물과 현판들, 그의 삶과 작품에 깊이 각인된 공간을 대부분 찾아가

보았다고 하는데 그래서 시간, 공간. 인간을 축으로 하는 도스토옙스키의 지도늘 그리고자 책 제목도

매핑 도스토옙스키라고 했다고 한다. 435쪽의 두툼한 책은 도스토옙스키의 인상적인 말로  마무리 짓고 있다

영원한 추구, 우리는 이것을 인생이라 부른다

 

대부분의 세계명작들은 학창시절 축약본으로 많이 읽었는데 축약본이란 것은  줄거리 위주로 줄여 놓은 것이기 때문에

사실은 명작들의 진수를 맛보았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붏후의 걸작이라는 " 카라마죠프가의 형제들" 을

축약본으로 읽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고 물론 완역본은 읽지도 않았고. 그래서 이번 기회에 완역본을  읽어 보려고

주문했는데 600여쪽이 넘는  책 세 권으로 구성된  총 1800여쪽 이상되는  대단한 분량이다.

서점에 가면 요즈음은 벼라별 책들이 진열되어 있는데 그저 그런 책들이 넘치는 세상에서 이렇게 진지하게

잘 쓰여진 "매핑 도스토옙스키"는 도스토옙스키 문학을 이해하고 싶은 사람은 한번 꼭 읽어보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이렇게 좋은 책을 만나는 즐거움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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