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전혜린 지음, 한서출판 발간, 2002. 368쪽
이 모든 괴로움을 또 다시, 전혜린 지음, 한서출판 발간, 2002. 272쪽
불꽃처럼 살다간 여인 전혜린, 정공채 지음, 꿈과 희망 발간, 2002, 368쪽
젊은 시절에는 가끔 에세이를 읽곤했지만 이제는 나이가 들다보니 에세이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그 이유를 생각해보면 나도 나이를 어느 정도 먹은 만큼 세상일에 대해서
나름 어설프나마 지혜도 생기다보니 그저 그런 신변잡담같은 에세이에는
별로 감동을 받지 못하니 어쩌면 지극히 자연스런 현상이라는 생각이다.
서가에 꽂혀있는 책들을 보다가 20여년전에 읽었던 전혜린 유고집 "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가 눈에 띄어 뽑아서 무심코 몇 쪽을 읽어본다.
그저 그런 신변잡기가 아닌 서른 두살의 젊은 나이로 생을 마감했던
고독했던 한 천재적인 여성의 치열했던 인생관 그리고 예술관이 그녀만의
독특한 번득이는 글솜씨로 쓰여진게 새삼 흥미가 있어 다시 읽어 본다.
1955년 서울 법대 재학중에 독일 유학을 하면서 전공을 법철학에서
문학으로 바꾸어 4년을 공부하고 귀국하여 한 6년 한국에서 강의도 하고
책도 쓰고 불꽃처럼 살다가 돌연히 1965년 스스로 생을 마감하여
당시 젊은 여성들 사이에 마치 우상처럼 회자되었던 여인.
글 전편에 절절히 배어나오는 처연한 고독, 페시미즘 그리고 그것을
극복하려는 몸부림.
당시 1960년대 한국과 독일의 문화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귀국해서도
항상 공부했던 뮌헨의 그 분위기를 그리워하며 자학하며 힘들어 하는 모습들.
결국은 스스로 추구하는 완벽주의, 페시미즘을 극복하지 못하고 생을 마감하니
고 이어령 선생님의 표현대로 전설이나 신화 속으로 사라져 버린다.
한참 전에 읽어 전혀 기억에 없던 그녀의 에세이를 다시 읽고나니
좀 더 그녀가 쓴 글을 읽고 싶어 찾아본다. " 이 모든 괴로움을 또 다시" 라는
일기가 있는데 이미 절판되고 E Book 으로만 남아 있고 또 정공채라는 시인이
쓴 평전같은 책이 또 E Book 으로만 남아 있어 내친 김에 다 다운받아 읽는다.
그녀의 1961년 1월1일 일기 일부..
" 우리의 삶이란 결국 부단히 나에 이르는 길 외의 아무것도 아닌 것이다.
보다 나에게 성실하게, 보다 진정한 실존으로서 존재하고 싶다.
나와 내 죽음의 본질을 파악하려고 모색하고 싶다.
언제나 언제나 너 자신이어야 한다. 아무 앞에서도, 어디에서도
과감할 것, 견딜 것, 그리고 참 나와 참 인간 존재와 죽음을 보다 깊이
사색할 것을 계속할 것.
가장 사소한 일에서부터 가장 큰 문제에 이르기까지 자기 성실을 지킬 것,
언제나 의식이 깨어 있을 것...."
사족 : 대학 시절 법대에서 고 김철수 교수의 헌법학을 수강한 적이 있었는데
정말 무표정하게 강의만 하고 나가시던 모습이 떠오른다. 그런데 그 김철수
교수가 독일에서 같이 공부했던 남편이라는 사실은 이번에 알게 된다.
당시 일기에는 다정다감한 모습으로 쓰여져 있던데 ....
'책(Books)'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책 ) 톨락의 아내 (0) | 2024.01.19 |
---|---|
( 책 ) 닥터 지바고 (상,하) (3) | 2024.01.17 |
( 책 ) 애프터 라이프 (3) | 2024.01.03 |
(책 ) 에도로 가는 길 (0) | 2023.12.26 |
( 책 ) 죽은 이들의 뼈 위로 쟁기를 끌어라 (4) | 2023.12.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