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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Books)

( 책 ) 철도원 삼대

by ts_cho 2024. 7. 21.

철도원 삼대, 황석영 장편소설, 창비 발간, 2020. 620쪽

 

작가가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이 소설의 배경은 1989년 방북 때 평양에서 만난 어느 노인의

이야기에서 비롯된다고 밝히고 있다. 평양 백화점의 부지배인과의 대화 중에 그가 서울 출신이었고

또 마침 작가가 유소년 시절을 보낸 영등포가 고향이라서 같은 추억을 공유하고 있다보니 작가의

간청으로 젊은 시절 철도 기관수로서 보냈던 그의 인생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고 한다.

그후 그 분의 이야기를 소설로 쓰려고 벼르고 벼르다가 30여년이 지난 지금 쓰게 되었다고 한다.

 

황석영 작가는 그의 자전 기록인 "수인(1,2권) "에서 그의 인생 역정을 비교적 상세히 쓰고

있는데 2017년 그 책을 읽고 썼던 글 일부를 여기 옮기자면.. 

"만주 장춘에서 태어나서 어린 시절 평양에서의 기억과 그리고 고교시절 방황, 가출,입산,

자살 기도등 많은 정신적 혼란을 겪고 해병대에 자진 입대하여 처참한 베트남 전선의 경험,

귀국후에 민주화 투쟁, 5.18 광주항쟁, 그리고 방북, 해외 망명생황 그리고 귀국하여 5년간의

수형생활을 담담하게 기록한 그의 삶은 1,000쪽이 넘는 긴 기록이지만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일들과 비록 그의 개인적인 이야기이지만  감옥에서의 이야기들이

재미까지 더해서 그의 구수한  글 솜씨로  전혀 지루하지 않게 읽혀진다.

책 표지에 써 있는대로 그의 개인사를 넘어 우리의 역사 그리고 우리의 문학이라는 글귀에

전적으로 공감하게 된다."

 

아무튼 이 "철도원삼대" 라는 소설은 앞에서 이야기한대로 한 인간의 실제 인생 기록에

소설적인 요소들을 가미해가면서 우리 나라 근대 산업 노동자들의 삶을 조망하고 있는 내용이다.

당시 근대 문학은 농민을 위주로 한 소설들이 대부분인데 반해 작가는 산업 노동자들의

삶을 반영한 작품이 별로 없다는 점에  아쉬움이 있어 이 소설을 구상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 소설을 위해 여러 사료들을 조사해보니 식민지 시대 이후 조선의 항일노동운동은 너무도

당연하게 사회주의가 기본 이념의 출발점이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고 한다.

1917년 소련의 공산주의 혁명 이후 자연스럽게 전세계로 확산되고 있던 노동 해방 운동이

일제의 식민지였던 한반도에도 오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일제의 탄압을 피해가면서 산업

노동자들이 겪었던 고초가 해방이 된 이후에도 일제 시대의 부역자들을 제대로 청산하지

못한 결과 수많은  굴곡진 고통을 겪게 되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역사적인 사실이다.

해방 이후에 남북이 나뉘어 지면서 노동자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겠다는  노동운동은 소위 빨갱이

운동으로 불온하게 여겨져 오게 되었지만 결국은 수많은 우여곡절 끝에 결국은 산업화를 이루고

민주주의 체제를 수립하게 된다.

이런 과정을 소설에서는 철도원 가족의 삼대 이야기로 쓰고 있는데 많은 역사적인 사료들을

바탕으로 또 작가의 직접 경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 역사적인 의미도 있는 소설이라는

생각을 한다.

또 작가가 말대로 마치 할머니 할아버지에게서 듣는 민담같은 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니 620쪽의 두툼한 내용도 술술 막힘이 없이 잘 읽어나가는 독서의 재미가

있다.

 

소설의 줄거리를 여기 굳이 줄여 옮길 이유는 없느니 넘어가기로 하고..

책의 리뷰에 간간히 "빨갱이" 운운하면서 폄하하는 글들이 보이는데 아직도 이런 냉전적

사고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제법 있기도 하다.

우리 민족이 일제 식민지 기간 동안에 겪었던 고초 그리고 해방이후 일제의 잔재를 제대로

청산하지 못해 오늘날까지 갈등의 요소를 끌고 오고 있는데  역사를 역사대로 보면서 극복하려는

노력 대신  이념의 잣대로 있는 역사를 폄하내지 왜곡하는 일들을 보면서 참 답답한 생각.

나보다 한두 세대 앞선 시대의 이야기이지만 많은 부분 공감이 가는 내용들이 있다보니

어린 시절의 그 장면 장면들이 눈에 선한데 이 소설이 영화화되면 좋겠다는 생각도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