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김민기 선생이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일주일 내내 집에서 그리고 산책하면서 동시대를 살았던 김민기 선생의 주옥같은 노래를
들으면서 우리 세대의 삶에 대해서 이런 저런 상념에 젖는다.
김민기 선생과는 특별한 개인적인 인연이 없으니 뭐라고 호칭해야할지 망설인다.
대학은 달라도 같은 대학교 출신이니 선배라고 호칭할 수도 있겠지만 존경의 마음으로
선생이라고 부르면 무난할 것 같은 생각이다.
어찌되었던 내가 정말 좋아하는 노래들을 들으면서 유투브에서 그가 오래 전에 1993년 이종환
방송에 나와 인터뷰한 동영상을 보면서 새삼 그의 진지함과 겸손함이 배어있는 삶에 대해
외경심마져 든다.
노래는 익숙하지만 그의 생전의 삶에 대해서 별로 아는 바는 없었지만 이번에 여기저기
그에 관한 기사들을 보면서 뭔가 내 블로그에 한줄이라도 쓰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 사실 내 블로그에는 그림과 책 이야기만 쓰려고 하고 있지만 )
내가 대학에 다니던 70년대 시절에는 친구들끼리 모여서 국립대학은 국가의 세금으로
보조가 많아 납부금이 사립대학과는 비교가 되지 않게 낮았으니 이 다음에 사회에 나가서
개인의 영달에 급급하지 말고 국가와 민족을 위해 보답을 해야한다고 나중에 제대로
지킬 수 있을지도 모르는 말들을 자주 하곤 했었다.
당시에는 사회적 불평등에 대한 의식들도 강해 야학을 하기도 하고 또 일부는
학교를 떠나 산업현장의 노동자들 속으로 가기도 하던 시절이었다.
또 민주화를 위해 과감히 군사독재 정권에 맞서 자신을 희생하기도 하면서
공동체에 대한 희생 봉사에 대한 정신이 살아있었던 시대였다.
물론 당시에도 교정 여기저기에서 최류탄이 터지는 난리 속에서도 도서관에서
고시 공부에 전념하던 그런 학생들도 많았지만..
독재정권에 저항하면서 데모가 끊이지 않았고 캠퍼스에는 항상 최류탄 냄새가
매케하던 시절..경찰에 저항하며 나아가면서 비장하게 부르던 " 아침이슬..
나 이제 가노라 저 거친 광야에 서러움 모두 버리고 나 이제 가노라...."
시대정신이 담긴 지난 노래들을 듣다보니 그 시절의 추억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그동안 세상은 너무 많이 변해서 지금 대학생들이 우리 때와 같은 생각을 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사회의 문제에 대해서 대학생들이 나선다는 뉴스를 접한 적이 거의 없다.
개인주의 그리고 배금주의가 팽배해진 지금의 세상에서 우리 때와 같은 그런
사회 참여 의식을 기대한다는 것이 어불성설인지도 모르겠다.
당시에도 물론 경쟁 사회였지만 지금처럼 물질주의가 팽배하지는 않았는데
지금은 개인의 성공여부는 수단 방법과는 무관하게 물질 소유의 결과에 따라 판단하는
세상이 되었으니 사회와 타인을 위한 희생 정신도 희박해졌고 더 이상 대의를 논하는 것은
정신이 나간 사람들 이야기가 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 사회에서 소위 세속적인 성공으로 고위 공직에 오르는 사람들의 청문회등을
보면서 그리고 언론에 오르내리는 사람들의 부끄러운 행적들을 볼 때 이제는 공정이나
정의를 운운하는 것이 정말 부질없는 일이 되어 가고 있구나 하는 참담한 심정을 금할 수 없다.
안타깝지만 세상은 점점 더 개인주의 물질주의가 팽배해지고 경박스럽게 변하고 있다.
세상이 변했는데 젊은 세대들에게 예전의 삶의 태도를 기대한다는 것도 크게 의미가 있는
일이 아닐 것이다. 환경이 바뀌었는데 새삼 옛날 이야기를 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그러나 김민기 선생의 삶을 생각하면서 우리 기성 세대의 삶에 대한 진지한 반성과
성찰이 꼭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70년대 한참 풋풋한 대학생 시절 갖었던 호연지기들이 과연 사회에 나와서 이 나이가
될 때까지 제대로 유지되어 왔는지 기성세대들은 진지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다.
과연 우리 세대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후세대에게 귀감이 되는 삶을 살아왔던가 생각해보면
어느 누구 하나 자신있게 나는 그렇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그러면서 세상이 이렇게 변했으니 어쩔 수 없었고 우리는 잘못이 없다고 감히 이야기할 수 있을까.
선생도 떠나고 이제는 우리 시대가 막을 내리고 있다.
부끄러움은 나의 몫.
진심으로 고인의 명복을 빈다.
내 몇 애청곡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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