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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 write and draw to empty my mind and to fill my heart ..
책(Books)

( 책 ) 흰

by ts_cho 2024. 10. 22.

 
흰, 한강 지음, 문학동네 펴냄, 2016, 196쪽
 
다시 한강 작가의 책을 한권 읽는다.
이 책은 한강 작가의 문학세계를 압축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이라고 하는데
소설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작가의 독백과도 같은 산문시라는 인상을 받는다.
작가에게는 어머니가 23세 때에 낳았다가 두시간만에 죽은 언니가 있었다는 슬픈
사연이 있는데 이 죽은 언니를 생각하면서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2013년에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작가의 전작들 - 소년이 온다 등- 이후 삶의 더럽혀진 부분들을 치유하기 위해서
밝고 깨끗한 것에 대해서 글을 쓰고 싶어 "흰" 것과 관련된 것들을 모아보았다는데
강보,배내옷, 달떡, 안개, 젖, 초, 성에, 서리, 각설탕, 구름 등등 65가지에 대해서
일부는 길게 또 일부는  짧게 작가의 사유를 기록하고 있는 내용이다.
작가는 이런 흰 것들을 볼 때마다 얼굴도 모르는 죽은 언니에 대한 생각을 하면서
언니 대신 남아 살고 있는 자신의 삶에 대해서 사유하고 있는데
이 글들에서 '흰" 색은 밝고 투명한 색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서늘하고 모호한 분위기로
그려지고 있다.
역시 작가의 대단한 글솜씨- 섬세하고 감성적이며 가벼운 듯하지만 절대 가볍지 않은
문장이 압권인데 한 문장 문장이 그냥 쓰여진게 아니고 작가의 깊은 사유의
결과임이 분명하다.
쉽다면 쉽게 어렵다면 어렵게 읽을 수 있는 내용의 글들이  문장도 내용도 인상적이라

꼭 다시 한번 천천히 음미하면서 읽을 생각....
 
사족: 종이책에는 글과 관련된 사진이 많이 수록되어 있어  다른 분들의 독후감을
보니 그 사진과 글을 함께 읽는 것도 좋았다고 하는데 내가 다운받은 e book 에는 그런
사진들이 빠져있다.  어제 외출시 우연히 교보문고에 들려 찾아보려고 했지만 
종이책은 다 팔리고 남아있지 않아 확인을 하지 못했는데 궁금하기도 하다.
베스트 셀러 코너에 1 2 3 4 위가 다 한강 책인데 책은 없고 그냥 책 표지로 만든
판( board) 이  하나씩이 놓여있는게 한강 신드롬이 맞기는 맞는구나 싶다.

 

사족2 ( as of Oct.31.2024) : 드디어 종이책을 사서 보니 생각보다 사진이 

별로 없어 조금은 실망..사진 몇 장 뿐인데 다들 뭐가 그리 좋았다는지 ㅠㅠ

 

책 중에서 짧은 글 두개 옮겨본다..

 

입김.

어느 추워진 아침 입술에서 처음으로 흰 입김이 새어나오고. 그것은 우리가

살아 있다는 증거. 우리 몸이 따뜻하다는 증거. 차가운 공기가 캄캄한 허파 속으로

밀려 들어와, 체온으로 덥혀져 하얀 날숨이 된다.

우리 생명이 희끗하고 분명한 형상으로 허공에 퍼져나가는 기적.

 

침묵

길었던 하루가 끝나면 침묵할 시간이 필요하다. 난롯불 앞에서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하듯. 침묵의 미미한 온기를 향해 굳은 손을 뻗어 펼칠 시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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