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실하게 살아온 한 시인의 자전적 에세이..
“접시꽃 당신”으로 유명한 도종환시인의 자전적 에세이를 우연히 읽게 되었다.
보통 책을 구매할 때 소장하고 싶은 책을 중심으로 사는데 어떤 책들은 그냥
돈을 주고 사기를 망설이는 책들- 좀 가벼운 아니면 일시 유행적인 책들이
있는데 부녀회에서 구청측와 협조하여 아파트 단지에 노인정을 깨끗하게
북카페로 개조하였다고 하여 가보았더니 그런 종류의 읽기 쉬운 책들 중심으로
비치되어 있다. 그 중의 한 권…..
도종환시인에 대해서는 솔직히 접시꽃 당신이란 시도 제대로 본 것 같지 않고
가끔 인터넷 등에서 보는 그의 시는 너무 감상적 아니면 설명적 등등이라서
내 취향과는 썩 맞지 않는 것 같아 별로
관심을 갖고 있지 않았는데 이 책을 보면서 그의 시는 차치하고라도 그의 살아온
인생이 너무 성실하고 진지함에 감동을 받게 된다.
전교조 교사로서 온갖 어려움을 자기 양심을 속이지 않고 힘든 투옥들의 과정도
마다 않고 자기의 믿는 바를 꿋꿋하게 지켜온 그의 삶에 그리고 교사로서의
진지한 삶에 경의를 표하게 된다.
초기에는 경제적인 고통..나중에는 건강문제로 많은 고생을 하였는데 최근에
민주당 비례대표 국회위원으로 선출되어 열심히 국정활동을 하는 것으로 언론 등
에서 보도하고 있다..그의 살아온 성실한 삶의 태도로 보아 결코 허투르게
의정활동을 하지 않을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민주당 국회위원이 되면서 여당에서는 교과서에 실린 그의 시를 빼버려야
된다고 주장하는 것을 본 적이 있는 것 같은데 어떻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그 시는 “담쟁이”라는 시인데 야만의 시대 폭력의 시대였던 전두환정권 때
전교조교사로서 해직되어 힘든 삶을 사는 가운데 쓴 시로 현실과 타협하지
않고 양심을 지켜나가려는 시인의 꿋꿋함을 잘 나타내고 있다.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 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2009년 IMF 구제금융 이후 어느 일간 신문에서 직장인 103만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하여 ‘내 인생에 꼭 간직하고 싶은 시 한편’ 에서 이 담쟁이란
시가 1위를 한 적도 있다고 한다.
가난과 외로움, 좌절과 방황, 해직과 투옥, 고난과 질병 같은 악조건이 오히려
그를 더 높은 수준에서 자아의 완성으로 나가게 하는 동력이 되어
시를 쓰는 일과 깨달음을 구하는 일이 근본에 있어서는 하나라는 것을
그의 생애 그 자체로 증거하고 있는 감동적인 자전적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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