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의 꽃
오랜만에 시집을 샀다.
일전에 친구가 소개하여준 고은 시인의 짧은 시에 감동받아
그 시가 실려있는 시집 “ 순간의 꽃”을 사서 읽어 보고 있다.
한 때 시를 좋아해서 많은 시집을 산 적도 있었다.
기형도, 류시화, 황동규 등의 시를 많이 좋아했었다.
고은 시인은 이미 여러 번 노벨 문학상후보로도 거명될 만큼
국제적으로도 유명한 시인인데 연세가 82세로 그 분의 살아 온
삶이 정말 드라마틱하다.
그 분의 자서전을 보면 그 분의 삶이 우리 민족의 근 현대사와
함께 치열하게 기록되어 감동 받는 바가 컸던 기억이 있다.
여태 시, 소설, 평론, 평전 등 합해서 출간한 책이 150여권에 이른다니
그 내공 앞에서 절로 고개가 수그러진다..
짧은 시는 일본에서는 하이쿠라고도 불리는데 짧게 몇 줄로
이루어지니 시가 원래 언어의 함축으로 정말 크리스털 같은 정제성을
갖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더 함축되니 마치 새벽녘의 풀잎에 맺힌
영롱한 한 방울의 이슬과도 같다는 느낌이 든다.
직관과 통찰로 깨달음을 죽 제목 없이 이어 놓은 선시집으로.
촌철살인이라는 말도 있지만 불과 한두 줄로서 시세계를 표현한다는 것이
보통 내공이 아니다 보니 여러 번 음미해도 그 때 마다 그 맛이 새롭다.
그 중 몇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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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를 젓다가
노를 놓쳐 버렸다.
비로서 넓은 물을 돌아다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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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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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누구의 이야기로 하루를 보냈다.
돌아오는 길
나무들이 나를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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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허함이여
항구에 돌아오는 배
오만함이여
항구를 떠나는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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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욕(無慾) 만한 탐욕(貪慾)이 없습니다
그것 말고
강호 제군의
고만고만한 욕망
그것들이
이 세상과 저 세상 사이의 진리입니다.
자 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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