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도처유상수 (人生到處有上手)
유홍준교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6권을 읽다.
그동안 이사 몇번 갈 때마다 책이 너무 많아 솎아서 버리곤 했었지만
문화유산답사기는 갖고 있고 싶어 아직 책꼿이에 그냥 남아 있다.
새삼 제1권을 뽑아 보니 1993년에 발간되었고 정가가 6,500원으로
써있다. 지금 정가가 16,500원으로 써있으니 20여년만에 250%정도
오른 셈이다.
내가 말레이시아에 근무하러 간 해가 1992년이고 그러다보니 벌써
세월이 그렇게 흘렀구나 새삼 감회가 새롭다.
처음 문화유산답사기를 읽었을 때의 감동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그냥 우리 나라 도처에 흩어져 있는 문화유산을 그 유려한 필치로 아름답게
기술한 내용을 보면서 유교수의 해박한 지식에 감탄을 하고
또 한편 그 유려한 글 솜씨에 감탄을 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4권 북한 문화유산 답사기를 읽고 한동안 많은 세월이 흘렀는데
(5권은 어쩌다 보니 그냥 넘어 가게 되었다 ) 5권 이후 10년 만에
이번에 6권으로 다시 문화유산답사기가 시작된 것이라 한다.
당시 유행했던 말도 그 책에서 나왔었는데.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느끼고 느끼는 만큼 사랑한다고…
각설하고..
이책은 사실 그냥 책상에 앉아 읽기에는 좀 따분한 책이다.
직접 현장을 가기 바로 전에 읽고 또 현장에 가서 뒤적여보고 그러면
더욱 느낌이 올텐데 그냥 막연히 한번도 가보지 않은 지역에 대해
기술된 내용을 읽다보면 무척 따분하다. 특히 나처럼 해외 생활을 많이
해서 국내를 별로 쏘다니지 않은 사람에게는.. 그래도 역사적 사실을
재미있게 가보지 않아도 눈에 선하게 기술하는 그 글솜씨가 책을
끝까지 재미있게 읽게 한다.
여러군데를 소개했지만 그 중에서 경복궁은 이미 몇 번 가본 곳이고 또
요새 정도전이란 드라마를 열심히 보고 있는데 마침 경복궁에 있는
모든 건물의 이름을 정도전이 지었고 그 이름 하나 하나가 옛 고전에서
유래했다고 하니 날씨가 풀리면 경복궁에 한번 가서 천천히 음미하면서
고궁을 걸어보고 싶다.
알고 보는 것과 모르고 보는 것은 그 차이가 하늘과 땅 차이 만큼이나
크니 같은 시간과 정성을 들여 뭔가를 감상하려한다면 공부 좀 하고
볼 일이다.
책 중에 소개된 부여 무량사 내에 있는 청한당 현판이 무척 예술적으로
놀랍다. 세종때 태어난 불운한 천재 김시습의 호가 청한자(淸寒子)
인 것을 가운데 한(閒) 자를 슬쩍 바꾸어 놓고 또 그 글자마저 뒤집어 쓴
그 파격이 대단하다. 어떻게 그 당시에 그런 파격적인 사고를 할 수
있었을까 싶고 또 절에 그런 파격적인 현판을 걸 수 있었을까
그 당시 사람들의 예술적 기질과 또 그런 여유로움이 감탄스럽다.
노무현대통령 시절에 문화재청장을 역임한 바가 있어서인지 그냥 어떤
사람들은 소위 보수꼴통들은 유홍준교수를 미워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한마디로 웃기는 얘기다.
시중에 수없이 쏟아지는 쓰레기 같은 책들이 많지만 이 책은 여행 답사기
수준을 넘어서 일종의 고전으로 대접 받아도 손색이 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그렇게 얘기하니 유교수가 나의 문리대 선배라서 내가 괜히 편견을
갖고 있다고 반박하던데 글쎄 그럴지도 모르지만 그 책이 그 당시에
불러 일으킨 패러다임의 변화는 대단했다고 생각한다.
그 당시 좀 살게 되면서 해외 관광붐이 불었고 그러다보니 모두들 유럽
문명을 접하게 되었을 때 우리 것에 대한 깨달음을 불러 일으킨 책이었다고
기억한다.
인생도처유상수- 살다보면 여기 저기서 정말 많은 숨은 고수들을 만나게 된다.
천박하고 경망스런 수 많은 중생들 가운데 묵묵히 내공을 닦은 고수들의
솜씨는 굳이 나타내려 하지 않아도 빛을 발한다.
이 책도 실로 그런 고수의 솜씨라고 하고 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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