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유주의가 세상을 휩쓸기 시작한 이래 자본주의의 폐단이 이제는 극도로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내가 항상 관심을 갖고 생각하는- 그러나 사실 별로 세상에 도움이 되는 행동으로는
실천도 못하는- 자본주의체제의 미래에 대해 또 새로운 책이 나왔다고 경향신문에
기사가 실렸다.
아직 한국에는 번역본이 나오지 않아 읽어 볼 기회가 없었지만 기사 내용을 보니 또 나중에 번역되어 나온다 해도 굳이 장장 700여 쪽의 책을 읽어볼 필요가 있을까 싶은데
그건 나중의 일이고..
부의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되는 현상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한 국가 내에서도 그렇지만 또 세계적으로 보아도 그렇고..
그 동안 수많은 이론 또 대안이 제시되어 왔지만 별로 이런 심화되는 현상이 개선되는 것
같지는 않고..결국 인간의 내면에 있는 탐욕 그것을 절제하는 것은 무엇으로 가능하게
할 수 있을까? 제도의 개선, 종교 등등? 글쎄?
물론 자본주의가 발전해 가면서 점차 삶의 질도 개선되고 또 노동의 조건도 개선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나 이제 금융자본주의가 그 동안 몇 번의 문제를 일으키기는
했어도 건재한 현재.. 과연 이런 신자유주의 패러다임 속에서 부의 양극화 문제를
만족할만하게 해결하는 날까지는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리고 또 얼마나 많은 희생이
따를까……과연 그게 정말로 얼마나 가능할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경향신문에 실린 기사를 Quote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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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40대 경제학자가 쓴 ‘21세기판 자본론’이 미국과 유럽에서 열풍을 일으킨 데 이어 국내에서도 화제가 되고 있다. 파리경제대학 토마 피케티 교수(43)의 <21세기 자본론>이 그 책이다. 아직 국내에 출판되지 않았지만 학계에서는 영역본을 구해 읽거나 전자책으로 읽는 등 관심이 높다.
이 책은 지난 3월 미국에서 출간된 지 한 달여 만에 8만여부가 팔렸고 인터넷서점 아마존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프랑스 학자가 쓴 책인 데다 700여 쪽 분량의 학술서라는 점에서 매우 특이한 문화적 현상으로 불리며 ‘피케티 현상’ ‘피케티 혁명’이란 말까지 나왔다.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폴 크루그먼은 “<21세기 자본론>은 사회와 경제학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바꿔놓을 것”이라고 극찬했다.
책의 요지는 간단하다. 자본 수익률은 생산소득 증가율을 19세기부터 지속적으로 넘어섰고 21세기에도 그럴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다. 한마디로 돈이 돈을 버는 속도가 노동으로 버는 소득 증가 속도보다 훨씬 빠르다는 것이다. 저자는 “자본주의는 참을 수 없을 만큼 터무니없을 정도로 불평등의 상황을 초래할 것이고, 또한 우리가 살고 있는 민주사회의 근간이 되는 능력주의 가치를 송두리째 흔들어 버릴 것”이라고 말했다.
핵심 키워드는 ‘불평등’이다. 저자의 분석 결과 1700년 이후 지금까지 경제성장률은 언제나 자본 수익률을 넘어서지 못했다. 자본가들은 늘 경제성장률을 앞지르는 수익을 남겼고 이로써 세계는 불평등해졌다. 저자는 통계를 바탕으로 미국과 유럽의 소득 순위 상위 10%가 전체 소득의 25~35%를 차지하는데 이 상위 10%가 전체 자본의 60~70%를 소유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저자는 지금 세계가 상속 엘리트들이 물려받은 부에 의해 지배되는 신빅토리아식 계급사회로 가고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이를 ‘세습자본주의(patrimonial capitalism)’로 명명한다.
마르크스의 기본 전제를 부정한다는 점에서 <자본론>과는 다르다. 마르크스는 자본주의가 발전할수록 자본주의의 모순 때문에 자본 수익률이 0에 가까워진다고 했지만 저자는 현실은 그 반대라고 말한다. 그는 “자본 수익률은 경제성장률보다 영원히 높을 것이다. 인류 역사에서 늘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라고 단언한다.
이 책은 소득과 자본, 자본·소득 비율의 역학, 불평등의 구조, 21세기의 자본규제 등 크게 4장으로 구성돼 있다. 이론적 배경, 역사적 데이터 분석, 정책적 제언으로 이어진다. 저자는 먼저 부의 분배에 관한 맬서스, 리카도, 마르크스, 쿠즈네츠 등의 선행 연구들을 살펴본다. 그 중 부의 분배에 대해 최초로 시계열 분석을 한 1953년 쿠즈네츠의 책을 참고해 방대한 통계 분석을 해냈다.
쿠즈네츠는 <소득과 저축에서 고소득계층의 몫>이란 저서에서 1913년부터 1948년까지 35년간 미국의 소득신고서, 국민소득을 분석해 부의 분배에 대한 시계열 분석을 했고 ‘쿠즈네츠 곡선’ 이론을 탄생시킨다. 쿠즈네츠는 경제성장 초기에는 불평등이 심화되지만 이 국면이 지나면 불평등이 개선된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저자는 이 이론이 냉전의 산물이라고 평가한다. 그는 “1914~1915년 사이 잘사는 나라들 대부분에서 소득불평등이 감소한 이유는 세계대전과 그로 인해 발생한 정치·경제적 충격 때문”이라며 “쿠즈네츠가 말한 것처럼 직종 간 평화로운 노동력 이동 과정과는 그다지 관계가 없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2001년 쿠즈네츠의 방법론을 프랑스의 1901년부터 1998년까지의 통계에 적용해 <20세기 프랑스의 고소득자: 불평등과 재분배 1901~1998>이라는 책을 썼다. <21세기 자본론>은 이 분석을 전 세계 20여개국의 300년간의 통계로 확대한 것이다. 동료들의 협력과 다양한 국가 학자들과의 공동 프로젝트로 영국, 미국, 캐나다, 일본, 아르헨티나, 스페인, 포르투갈, 독일, 스위스, 인도, 중국 등 주요국의 경제성장률과 과세 자료를 분석한 게 이 책의 돋보이는 점이다.
저자는 마르크스주의자는 아니다. 그는 베를린 장벽 붕괴 1년 뒤인 1990년 루마니아를 여행했는데 텅 빈 상점들을 보면서 “경제적 효율성 때문이 아니라 개인의 자유를 위해 사적 소유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한다. 그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공산당에 유혹당하는 세대가 아니었다”며 “그래서 오히려 자본주의와 불평등에 대해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자신을 ‘실용주의자’라고 규정한다. 1990년대 프랑스 좌파 사회당 경제자문위원회에 참여했고 프랑수아 올랑드 정권의 부유세 정책에 공개 지지를 보내기도 했다.
그는 책에서 글로벌 부유세를 대안으로 제시한다. 각국 정부가 공조해 자본가들에게 글로벌 세금을 징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소득자에게 최대 80%의 누진세와 상속세를 중과하고 부유층의 토지·주택·특허·금융자산 등 자산 전체에 매년 최고 5~10%의 글로벌 총자산세를 물리자고 주장한다. 이에 대한 회의론도 많다. 세계 곳곳의 조세회피처를 막을 수 있을까라는 의견이 대표적이다. 저자는 이에 대해 “모든 것은 정치 시스템이 어떻게 돌아가느냐에 달려 있다”며 “자본주의와 시장이 민주주의에 예속돼야 한다고 믿는다”고 말한다.
이 책이 프랑스에서 출간됐을 때는 크게 인기를 끌지 못했다. 반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불평등이라는 이슈에 민감해지기 시작한 미국에서는 이 책의 메시지에 열광했다. 프랑스는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사회안전망이 구축돼 있다는 것도 차이점이다. 이 책은 출판사 글항아리를 통해 국내에서도 곧 출간될 계획이다. 미국과 닮은 한국에서도 그 인기가 이어질까.
이 책을 영역본으로 접한 국내 학계의 평가는 엇갈린다.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는 한 칼럼에서 “피케티는 자유방임 경제이론의 기본 가정들을 모두 틀린 것으로 만들었다”며 “마르크시즘의 결정론에 대한 부정이자 자유방임 경제이론에 대한 도전”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김종철 ‘녹색평론’ 발행인은 “불평등이 문제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누가 있는가”라며 “이미 우리가 다 아는 얘기를 통계 자료로 증명해낸 것이 업적으로 보이지만 자본주의가 분배만 제대로 하면 연속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 긍정…경제학이 나갈 방향 보여주는 하나의 전범
세계 각국에서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소득불평등의 심화가 결국 ‘세습자본주의’를 낳을 것이라고 경고하는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론>이 세계 지성계에 폭발적인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덕분에 요즘은 좌우, 진보·보수를 막론하고 누구나 불평등에 관해 논의하고 있다. 혹자는 ‘피케티 효과’를 말하고 혹자는 ‘피케티 시대’를 운운할 정도다.
<21세기 자본론>이 이처럼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가장 큰 이유는 소득불평등의 실상에 관한 방대하고도 치밀한 경험적 연구를 토대로 우리 시대의 근원적 문제를 해부했기 때문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위기의 도래를 눈치채지 못하고 시장을 찬양하던 주류경제학계는 변화의 필요성을 외면할 수 없게 되었다. 지엽말단적인 문제보다 근본적인 문제에 관한 연구를, 지나친 이론화보다 경험적 연구 및 역사와 제도에 관한 연구를 더욱 중시해야 한다는데 상당한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피케티의 책은 경제학이 나아갈 방향을 보여주는 하나의 전범이라고 할 수 있다. 일찍이 미국의 주류경제학에 실망하여 MIT 교수직을 박차고 프랑스로 돌아간 피케티가 이룬 업적을 보면 미국 학술지에 연구논문 발표하는 데만 목숨을 걸고 정작 한국경제의 근본문제들에 관한 연구는 게을리하는 국내 경제학계의 반성을 촉구하지 않을 수 없다.
피케티는 소득불평등 심화를 이윤율이 성장률보다 높은 데서 비롯된다고 설명한다. 이 간명한 이론으로 거대한 역사적 흐름을 정리하는 것은 분명 매력적이지만 논란의 소지도 있다. 자본축적에 따른 이윤율 저하 가능성, 이윤율 결정에서 제도와 정책이 미치는 영향 등이 주요 논쟁거리다. 세계적 차원에서 부유세 등 자본과세를 강화하는 것을 해법으로 내놓은 피케티의 정책처방에 관해서도 논란이 뒤따를 것이다.
<21세기 자본론>은 국내에도 제법 소개가 되었다. 하루빨리 좋은 번역서가 나오기를 기대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정의란 무엇인가>와 같은 다소 공허하고 현실을 호도하는 저술이 공전의 베스트셀러가 되었는데 이 책은 그보다 100배는 중요한 책이다.
<유종일 |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지식협동조합 좋은나라 원장>
■ 부정…세습자산에 대한 비판에 한정 ‘치명적 한계’
<21세기 자본론>에 대한 미국인들의 환호는 다소 뜬금없어 보인다. 책을 찬양하는 대부분 언론과 비평가들은 최근까지도 ‘불평등’이란 주제 자체를 매우 불편하게 여겨왔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하나의 설명은 타이밍이다. 미국인들이 심각한 불평등의 문제에 직면해 있는 시기에 방대하고 무엇인가 분명한 해법이 제시되고 있는 듯한 인상을 주는 연구물이 출판되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이유는 진단과 해법이 매우 온건하다는 점에서 찾을 수도 있다. 이러한 온건성은 특히 주류 경제학자들이 잘 감지하고 있다. 그동안 주류 경제학은 불평등 문제에 대해 무력하거나 의도적으로 무시해 왔는데, 이 책은 주류 경제학의 이론적 기반을 손상하지 않으면서도 이 문제를 잘 설명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듯하다.
이 책이 불평등의 증가를 설명하는 논리는 아주 단순하다. 경제가 성장하더라도 그 결과를 자산에 대한 수익으로 자산 보유자들이 더 차지하게 되면 불평등은 증가한다는 것이다. 전쟁이나 대공황 같은 특별한 상황이 아니면 생산에 비해 자산의 크기는 더 빨리 증가한다. 생산은 인구 증가와 생산성 증가로 결정되는 데 반해 자산은 스스로 쉼없이 증식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가 문제 삼는 자본은 ‘세습된 자본’이다. 그는 초고액 연봉자들이 받는 불평등한 소득과 그에 따른 자본축적에 대해서는 매우 관대하다. 또한 자산버블로 인한 불로소득에 대해서도 장기적으로는 가격버블이 자본축적액에 큰 영향이 없다고 주장하면서 관심조차 두지 않는다. 따라서 책의 저변에 놓인 불평등 비판의 정신은 상속된 자산과 그에 대한 수익은 정당화될 수 없다는 도덕률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 책은 세습자산에 대한 비판에 한정함으로써 현대 불평등의 구조적 원인을 가리는 치명적인 한계를 보여준다. 예컨대 경제의 금융화와 자산소득의 증가가 현대 불평등의 큰 부분을 설명한다는 사실은 부인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비판과 처방이 집중해야 하는 쟁점은 금융화와 이를 주도하는 세력관계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뻔한 도덕률의 관점에서 부유세를 대안으로 제시하면서 자본주의 자체 혹은 권력관계로서의 신자유주의에 대해서는 함구한다.
<전용복 | 경성대 국제무역통상학과 교수>
--------------------------------------------------------------이상은 경향신문 기사를 따온 것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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