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 이어령교수의 글을 무척이나 좋아했다.
맨처음 읽은 책이 "흙속에 저 바람속에"라는 책이었는데 지금은 무슨 내용인지 기억도 나지 않지만 당시
그의 글을 읽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해박한 지식과 유려한 글솜씨가 당시 신문기자를 꿈꾸던 나에게는 지금 말로 소위 멘토감이었다.
그 이후로 계속 이어령교수의 책을 읽다가 어느 순간부터 좀 식상하기 시작한 기억이 있다.
해박하지만 너무 장황한 사설같다는 느낌..그리고 글의 주제 핵심에서 벗어난 어쩌면 자기 지식 과시같은
글이 짜증이 나고 또 장관이 되시고 나서 메스콤에 많이 나와 말씀하시는 것도 너무 자기 도취에 빠진 느낌이
있어 어느 순간부터는 그의 글을 읽지 않았다.
저서가 수십여권에 이르고 한국을 넘어서서 동양권에서 석학 대접을 받으실 정도로 대단한 분이시지만
어느날부터는 내 취향에서 멀어져 갔다.
과유불급이라고...너무 현란한 글이 어느 순간부터는 가슴에 다가오지 않았다.
그 무렵부터 좋아했던 작가가 "김훈"..간결한 문체, 주제에 긴박감을 가지고 접근해나가는 글솜씨 등등
그 간결한 문체가 너무 좋아 김훈의 책을 모두 구매해서 읽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아마 "흑산"인가하는 책부터 슬슬 또 싫증이 나기 시작했다.
지금은 어느 특정 작가의 글을 선호하지도 않고 싫어하지도 않는다.
이제는 글솜씨보다 작가의 진지성 그리고 내공을 더 고려해보는 편이다.
그건 그렇고
일전 김정운의 "에디톨로지"를 읽다가 이어령교수에 대해 쓴 내용을 보고 문득 이어령교수의 글에 대해서
새삼 생각을 하다가 몇년전에 대한민국 최고의 지성이라고 하는 그가 기독교에 귀의하고 쓴 책이 있다는
얘기는 들었었는데 별로 관심을 두지 않았었는데 문득 그렇게 해박하고 논리적인 분이 어떻게 해서
기독교에 귀의하게 되었나 궁금하다는 생각이 들어 뒤늦게 읽어 본다.
종교는 정말 개인적인 체험의 문제..누구에게는 진리로 다가오지만 누구에게는 허구로 느껴지는게 종교이기에
그가 개인적인 계기로 인해 하나님을 믿게 된 사실이 하나도 이상할게 없다.
사랑하는 딸의 고난 그리고 외손자의 죽음앞에서 최고의 지성이라는 그도 한 인간 결국은 나약해질 수 밖에
없고..나중에 그 딸이 암으로 결국은 죽지만...특히 문학을 하는 그의 입장에서는 계속 실존속에 어떤 허무함을
느껴왔고 결국 딸의 바램대로 기독교에 귀의하게 되는데 이 책에서는 그 과정을 수필과 시의 형식으로
기록하고 있다.
그의 글을 읽어 가면서 그가 갖고 있었던 갈등과 회의도 또 나의 것이었고 또 그의 회심의 계기도 그리고
또 그 과정도 나의 것임을 느낀다.
결국 인간의 지성은 한계가 있는 것....지성으로 허무함을 극복할 수는 없는 것
그리고 인간의 삶과 죽음앞에서 특히 사랑하는 가족의 고난과 죽음앞에서는 지성이고 이성이고 다 부질없는 것.
그러면 여기서 과연 어떤 선택을 하는가하는 것은 전적으로 개인의 몫..
역시 그의 말대로 먹물이라서 자기의 종교행위 하나 하나 마다 어떻게 해서든지 합리화 내지는 종교적인
해석을 하고 있는데 감히 내가 남의 신앙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처지도 아니지만 약간의 거부감이 들지만
이것도 순전히 개인적인 것..신앙의 자기만의 해석은 순전히 개별적인 사실이다.
따져보면 이는 나도 마찬가지 아닌가싶고..머리로 이해가 되어야 움직이는 먹물들의 속성이겠지...
그래서 성경에 천국은 어린아이의 마음을 가진 사람의 것이라고.....
아침에 티브이에서 인도 바라나시의 장례식을 본다.
힌두교도들은 그 곳에서 시신을 태우면서 행복해 한다. 그 곳에서 죽음으로서 영혼이 윤회에서 벗어나
시바신의 곁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라고 한다.
인간의 삶과 죽음은 많은 종교를 만들어 냈다.
결국은 어떤 종교를 선택하고 또 어떤 방식으로 이해하는가는 개별적인 것으로 감히 남이 이렇다 저렇다
말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옛적에 많이 좋아했던 찬송가 하나..기독교 신자이든 아니든 이런 음악은 우리의 내면을 고요한
평화의 세계로 인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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