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학리 수락산의 봄, 10 x 12", Oil on canvas board, 2015
지난 주말 서울에서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있는 남양주 청학리 수락산 자락으로 간다.
막상 도착해보니 유원지라 물이 흐르는 계곡을 따라 허접하게 만들어진 음식점들이 자연을 훼손시키고 있는
모습을 보니 영 기분이 좋지 않다.
아직도 이렇게 놔두고 있는 곳이 있다니 이해가 되지 않는다.
30여년전 사기동 북한산이 보이는 지역에 갔었을 때 계곡이 깨끗하고 자연 상태가 그대로 유지가 되어 있어
좋았는데 그 이후 다시 가보니 그 계곡이 전부 음식점으로 뒤덮여 계곡도 보이지 않고 여기 저기 더럽혀진
자연을 보고 마음이 많이 상한 기억이 있었는데 최근에 듣기에 다시 원래 모습대로 복구해 놓았다고 하던데
이곳은 어찌된 연유인지 그냥 그래로 놔둔 이유가 무었인지...사유지는 분명 아닐텐데..
아무튼 유원지를 지나 멀리 산자락이 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는다.
야외 사생시에는 오전과 오후가 해의 방향에 따라 경치가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에 장소를 선책하는데
조심하여야 한다.
괜히 나무 하나가 넘어져서 짙은 그늘을 만들고 또 그 잎들이 역광으로 빛나는 모습이 마음에 들어와서
그 쪽에서 그리기 시작한다.
8호 캔버스에 시작하면서 괜히 앞에 보이는 상당히 이리 저리 꼬여진 나무에 마음이 팔려 묘사를 해본다고
기본을 잊고 거기에 매달려서 시간 낭비하다보니 그림이 영 속된말로 잡스럽게 되어 기분이 영 개운치 않다.
그래도 내 자리에서 좀 딸어진 곳에 있는 나무인데 어찌된 연유인지 아무 생각없이 앞에 있는 나무처럼
그리다보니 유화 물감이 떡이 되고...나중에 마르면 다시 긁어 내고 그리겠다고 생각하고 작전상 후퇴..
집에 와서 다시 꺼내 보니 구도를 포함해서 전반적으로 맘에 들지 않아 나이프로 전부 긁어 버린다.
내 성격의 문제이다..그냥 놔두어도 누가 뭐라고 할 일이 아니겠지만 실패한 그림이 옆에 있는게 마음이
불편하여 잘 수정하던지 아니면 파기시켜 버리는게 내 버릇이다.
일종의 결벽증 같은 것..
다시 4호 캔버스로 디테일 보다는 느낌을 잡아 얼른(2시간정도) 그려본다. 느낌 위주로 그린다고 생각하고
붓을 자유롭게 움직이니 그림도 그리기 쉽고 완성작도 훨씬 마음이 든다.
현장에서 보이는 것을 단순화하지 못하고 여기 저기 너무 많은 디테일이 마음을 빼앗겨 그림이 산만해지는
버릇이 있는데 이것도 실력이 부족한 탓이다.
단순화 시킬 수 있는 능력..이게 야외 사생에서 절대 필요한 실력임을 다시 한번 절감한다.
Knowing how to SEE
Knowing how to COMPOSE
Knowing how to INTERPR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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