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화(余華)의 "허삼관 매혈기"를 읽고 그의 글에 매료되어 읽어 보았던 장편작" 가랑비속의 외침", 단편작
"내게는 이름이 없다" 에 이어 중편작 " 세상사는 연기와 같다"을 읽다.
제목부터가 왠지 뭔가 깊은 내공이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지만 막상 이 책에 수록된 4편의 중편을 읽으면서
내내 불편했던 감정을 숨길 수 없었다.
작가가 스물일곱에서 스물여덟살 무렵 1987년에서 1988년사이에 쓴 초기작들로서 폭력과 죽음등의 소재가
삶의 우연성속에 이리 저리 얽혀져 있는 줄거리들로 어찌보면 줄거리의 구성이 또 뒤죽박죽되어 있어
어떻게 평가해야 좋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다.
이미 그의 성공작 "인생" "허삼관 매혈기"에 비추어 볼 떄 누구 말대로 중국 "문림(文林)의 고수"인 것은
확실하지만 그의 초기작들인 중편작들은 어떻게 평가되어야 하는가는 다른 차원의 얘기라는 생각이 든다.
작가의 말에 의하면 그는 문화혁명의 격정적인 시대와 또 그 이후 개혁개방시대의 극명하게 다른 두 세대를
살았었고 당시 이 중편들을 쓸 때는 어떤 격정에 사로잡혀 당시 폭력과 사랑이 인간들의 삶을 표현하는데
가장 적절한 두 가지 통로라고 생각했고 그 중에서 폭력쪽을 택했었다고 한다.
네편의 소설 전부 폭력과 잔인한 죽음들-우연과 필연이 얽힌-을 소재로 굳이 그 줄거리를 체계적으로
기술하기도 또 기억하기도 힘든 얘기들이다. 문화혁명 당시 중국에서 벌어 졌던 수많은 불합리한 사건들에
대한 작가 내면의 분노가 이런 식으로 표출되어 글을 만들었다고 해석할 수 있겠지만 사실 기대를 가지고
그의 글을 읽는 내내 불편하기가 짝이 없었고 또 다 읽고 난 이후에도 마음속에 여진이 만만치 않다.
위화의 인터뷰중에 특기하고 싶은 얘기 하나..
" 글을 쓰는 사람들은 모두 "자아의식"에서 출발한다. 문제는 절대 다수가 자신의 폐쇄된 의식에 도취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들의 글쓰기는 그들의 생활보다 더 이기적이고 무료하기 짝이 없다. 이런 자기들이 그려내는
것은 사람의 속마음이 아닌, 그저 분비물에 지나지 않는 것들이다"
범람하는 쓰레기 같은 신변잡기들로 넘쳐나는 문학계가 깊이 새겨 들어야 할 얘기라는 생각..
위화의 작품세계를 문학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라면 몰라도 그냥 독서의 재미로는 딱히 추천하고 싶지는 않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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