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간다. 2015, 문학동네
허삼관 매혈기로 만난 위화의 글솜씨에 매료되어 그의 단편 "내게는 이름이 없다" 중편 "세상사는 연기와 같다"
장편 "가랑비속의 외침"에 이어 에세이 형식의 이 작품까지 읽으니 어느정도는 위화의 작품 세계에 대해 감이
잡히는 것 같다.
왜 책 제목을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 간다"라고 했는지 궁금한데 원 제목은 부제로 되어 있는 "위화, 열 개의
단어로 중국을 말하다" 인데 책 중에 " 인민이 단결할 때 그들의 목소리는 빛보다 더 멀리 전달되고 그들 몸의
에너지가 그들의 목소리보다 더 멀리 전달되는 것이다"에서 따온 것이지만 글쎄 이 제목이 이 산문집 전체의
내용을 대변할 수 있는 제목인가 싶고..
서양에서 발간된 책도 제목은 " China in Ten words" 인데 아마도 이런 평범한 제목보다는 극적인 제목이 독자들의
시선을 끌 수 있으니 그렇게 했을 수 있겠다싶고..
아무튼 저자는 이 책에서 질풍노도와 같은 급격한 변화를 가져온 지난 30여년간 중국인들의
삶의 모습을 열개의 단어 속에 축약하고자 하는게 목적이라고 하였는데
그 열개의 단어인 인민(人民), 영수(領袖), 독서(讀書), 글쓰기(寫作), 루쉰(魯迅), 차이(差異), 혁명(革命),
풀뿌리(草根), 산채(山寨), 홀유(忽悠) 와 관련된 중국의 근현대사에서 벌어졌던 일상의 사건들을 이야기함으로서
중국인들의 삶의 모습들을 진솔하게 그려내고 있다.
특히 저자가 직접 체험한 전대미문의 사건인 "문화혁명"과정중에 보여졌던 비이성적인 수많은 이야기속에
얼마나 인간이 달라질 수 있는가를 기록하고 있어 오늘날 세계에서 G2로 성장한 중국의 이면을 보면서 중국과
중국인들을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기회도 된다.
하기사 인간이 어떤 격랑속에서 비이성적으로 변하는 것이 단지 중국에서만 있었던 일이 아니고 서구사회나 또
우리나라에서도 과거에 그리고 지금 벌러지고 있는 일이니 특이한 일은 아니겠지만....
지난 30여년간에 걸쳐 중국사회는 극단에서 극단으로 변화하여 왔다. 혁명사유가 모든 것을 주재하던 정치지상주의와
집단주의의 시대에서 개혁개방이라는 막강한 변화의 기폭제를 통해 돈이 모든 것을 지배하는 금전만능주의와
개인주의의 시대로 접어든 것이다. 그 과정중에 일어났던 일상의 소소한 사건들을 이 열개 단어의 카테고리 속에
이야기를 풀어감으로서 중국인들의 내면세계를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게도 해주는 책이라는 생각도 한다.
어쩌면 중국인들의 치부이며 부끄러운 면일 수도 있는 이야기들을 담담하게 풀어내는 그래서 그 이야기를
읽으면서 어떤 비웃는 마음이 드는게 아니고 우리도 결국은 마찬가지일 수 있다는 감정을 갖게 해주는
위화의 글솜씨는 역시 대단하다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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