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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 write and draw to empty my mind and to fill my heart ..
책(Books)

(책) 어떻게 죽을 것인가 ( Being Mortal)

by ts_cho 2016. 8. 27.


                  어떻게 죽을 것인가, 아툴 가완디 지음, 김희정 옮김, 부키 발행, 2016


일전에 읽은 소설, "그리고 죽음( Being dead)" 은 죽음 그 자체를 지극히 냉정한 시각으로 그냥 하나의 의미없는

우연한 사건으로 묘사한 그래서 제목도 Being Dead라고..우연히 재수없게 해변에서 살해당한 부부의 시체의

모습과 그 시체를 파리,갈매기등이 유린하는 장면 묘사, 그리고 다음날 폭풍우에 깨끗하게 씻겨 맨살위에 아름다운

분홍빛 피가 흘러 있는 장면등을 아무런 감정없이 묘사해 삶과 죽음이 그냥 그런 일회성이고 우연적인 그래서

다 읽고 나서도 마음속에 어떤 허무감의 찌꺼기가 남아 있었는데...


Being Mortal..'죽음을 피할 수 없는' 정도의 사전적 해석인데 제목을 " 어떻게 죽을 것인가" 하는 원래 원서의

제목과는 거리가 있는 제목으로 번역을 했으나 책을 읽어 가면서 어쩌면 가장 적절한 제목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죽음..그 피할 수 없는 현실의 현장에서 의사이면서 또 사상가로서의 작가의 경험과 의견등을 기록한 이 책은

이미 2014년 미국에서 발간과 동시에 엄청난 반향을 일으킨 책인데 한국에는 작년에 번역본이 나와 또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지만  그 전부터 이 책 제목은 들어 봤으나 뭐 대수롭지 않는 그저 그런 책중의 하나겠지 생각하고

그냥 넘기다가 어떤 프로에서 이 책 이야기하는 것을 보고 즉시 구매, 책에 푹 빠져 어떤 귀절은 다시 읽어보고

생각도 해보고 그러면서 한 6시간 정도 논스톱으로 완독한다.


삶의 종말 앞에서 힘들어 하는 많은 환자들을 보면서 현대의학의 눈부신 발전은  그 죽음을 뒤로 미루는데는

엄청난 성공을 거두어는 왔다지만  그래도 결국은 죽음을 이길 수는 없는 것 그래서 어떻게 현대 의학이 이런

상황을 직면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순수 과학의 영역을 넘어서서 더 심각하게 생각해 보아야하는 어떤 철학적인

명제를 다루고 있는 이 책은  우리에게 나이 들어 간다는  것의 의미가 무엇이고 또 삶의 종말에서는 어떻게

해야하는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 아주 의미있는 책이라는 생각...

그냥 자동적으로 하루 하루 지나온 나의 삶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한다.


우리 삶을 지배하는 것은 물리학, 생물학 그리고 우연..그러면 인간의 삶이란게 대자연의 진화과정중 단순한

그래서 사소한 사건에 불과하겠지만 저자의 이야기를 빌면 인간에게 삶이 의미 있는 까닭은 그것이 한편의

이야기이기 떄문이라는 것이다. 한평생 살아가는 이야기중에는 수많은 희노애락이 교차하겠지만 우리 삶의 의미란

그 모든 희노애락의 평균치가 아니고 노벨상 수상자인 Daniel Kahneman의 역작 " 생각에 관한 생각

( Thinking, Fast and Slow)" 에서  이야기하는 "정점과 종말( Peak-End Rule)" 이론처럼 삶의 긴 과정중

가장 강렬하게 느꼈던 기쁨의 순간  그리고 마지막 죽음을 맞이하는 시간들을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가에 따라

삶의 의미가 결정된다는 이야기는 전적으로 공감이 가는 이야기.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마지막 순간에 속수무책으로 남에게 자기의 마지막 이야기를 맡기고 또 현대의학은

그 개인 개인의 스토리에는 무관심하게 어쩌면 그럴 수 밖에 없는데 현실이겠지만 그래서 그 개인들의 진정

원하는 방식으로 삶을 마감하지 못하는게 우리가 항상 직면하는 현실이다.


책을 덮고 생각해본다.

나의 이야기는 무엇일까...나는 어떻게 이야기를 만들어 왔고 또 어떻게 이야기를 끝내야할 것인가.

내 나이에는 언제든지 내가 살아온 방법때문에 그리고 또 그것과는 상관없는 우연에 의해 어느날 문득 삶의 종점에

다다를 수 있다. 그 때 어떻게 이야기를 의미있게 끝맺을 것인가하는 문제는 피할래야 절대 피할 수 없는

절대 명제.

미래는 미지의 세계 그래서 지금 실존에 충실하는 것만이 현명한 삶의 태도이겠지만 죽음이라는 분명한 사실은 이미

미지가 아닐테니 그 순간이 오면 어떻게 나의 이야기를 끝낼 것인가에 대한 명제에 당당히 대면하는 용기와 지혜를

미리 준비하는것  그것이 또한 현명한 삶의 태도라는 생각.


어제부터 갑자기 선선한 바람이 불어 문득 가을을 느끼게 한다.

창밖으로 보이는 푸른 하늘과 바람이 불어 흔들리는 느티나무 잎들을 보며 지금 이 순간이 행복하고 그래서

감사하다는 진한 감정이 가슴에 파문을 남긴다..

그러나 모든 것은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듯이 지금 이 순간은 영원할 수 없는 것.

나의 끝은 어디일까 그리고 어떤 모습일까..

책을 덮고 나서도 한동안 마음속에 여진은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