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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 write and draw to empty my mind and to fill my heart ..
생각들

( 단상 ) 엄소리에서 폐교한 초등학교를 보며

by ts_cho 2016. 9. 5.



주말마다 경기도 여기저기 야외사생을 나간다. 당일에 출발해서 그림 그리고 다시 당일 서울로 돌아와야 하니

멀리는 갈 수 없어  결국은 경기도를 벗어나지 못하는게 몹시 유감이지만 어쩔 수 없다.

경기도 여기저기 시골 마을을 가보면 어떤 마을은  시골티를 어설프게 벗어 영 볼품없게 된 마을도 있고

어떤 마을은 그대로 쇠락해 가기도 하고 또 어떤 마을은 비교적 깔끔하게 유지되고 있는 경우도 있다.


중학교때 서울로 오기 전까지 국민학교-당시는 초등학교라고 하지 않고 국민학교라고 했었는데 이게 일제의

잔재이기도 해서 나중에 초등학교로 개명했지만- 교장이셨던 아버님을 따라 충청남도 여기저기 시골마을에서

살았던 추억이 있어 시골 마을에 그림 그리러 가서 동네 여기저기 돌아볼 때마다 옛생각이 새삼 새롭다.

지병인 결핵으로 고생하시다 보니 대전에서 잠간 그리고 다시 시골로 전근 가시고 좀 건강이 회복되면 어떻게

정치를 하셨는지 금방 다시 대전으로 돌아 왔다가 그러다가 또 일년도 안되 다시 시골로..그것도 교장이 별로 출근할

필요도 없는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깡시골 마을에 있는 학교로 가셔서 요양하시다가 좀 회복되면 다시 대전으로..

그러다보니 내 국민학교 시절은 일곱번인가 여덟번 전학한 기록이 있다.  물론 국민학교 동창은 생길 수도 없었고.

아버님은 결국 지병으로 돌아가시고...


충청남도 시골 국민학교 시절의 기억을 되살려 보면 온양에서 더 들어가면 있었던 구온양( 요새는 온양이 확장되어

온양의 한 동네가 되었지만 당시는 십리길 걸어서 온양에 가던 추억도, 아산면 영인읍, 금남면 대평리 지금 세종시 자리,

논산근처 왕전이라는 동네 등등..

그 중에서 왕전은 2학년때에 전학을 했는데 지금 기억을 되살려보면 전기도 없는 아주 깡시골..학교에 가니 1학년 한반

2학년 한반 딱 교실 두개밖에 없는 조그만 학교로 운동장 한쪽에 커다란 연못이 있어 연꽃이 아름답게 가득 피어있었던

기억. 물론 그 때 어려 모든게 다 커보였을테니 지금 가보면 아마 아주 조그만 교사에 조그만 운동장이었을텐데..

물론 그동안 많은 세월이 흘렀으니 모든게 다 변하여 지금은 흔적도 없겠지만..

학교 옆 교장 관사에서 뒤로 보이는 언덕에 서있던 키 높던  아카시아 나무들에 꽃이 하얗게 피어 향기가 흩날리던

기억 그리고 어딘가 가다가 커다란 뱀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던 기억- 아마 그때가 처음 뱀을 봤는지 지금

50년이상 시간이 지났어도 이상하게도 그 장면이 눈에 선하다- 그리고 그 학교 불과 몇달 다니다가 다시 대전으로

전학왔던 기억들..


새삼 이런 이야기를 써보고 싶은 이유는 지난주 가평 설악면 엄소리에 사생 갔을 때 조그만 초등학교가 폐교하면서

폐교한 것을 역사(?)에 남기려고 했는지 교사도 그냥 놔두고 조그만 비석에 1989년 개교했으나 학생이 부족하여

2000년에 폐교한다고 써 놓은 것을 보며 지금은 그냥 버려진 조그만 교사를 보면서 옛적 왕전국민학교 생각이

새삼 떠올라 한참을 쳐다보며 옛 추억을 반추하여 보았다.

동네에 심어져있는 수수, 아주까리 요새는 피마자라고 하지만 그 열매를 따서 교실 바닦이나 책상을 반들거리게

닦던 추억, 옥수수, 콩, 가지 등등을 보면서 어린 시절 마냥 자유롭게 시골에서 온 들판 산하를 휘졌고 다니며 

뛰어 놀던 추억들...


아직 유치원에 다니는 외손녀를 보면 영어유치원, 미술학원, 과외,수영학원등등..바쁜 스케줄에 정신이 없이 돌아간다.

부모들이 원해서 하는 일이니 내가 참견할 수도 없지만 내 어린 시절과 비교해 보면  안타깝기 짝이 없다.

동네 개천에서 그냥 물장구치며 개구리 수영도 배웠고 이 산 저 산 쏘다니면서  머루도 따먹고 하던 그 시절과 물론 지금의

시대를 비교한다는 것은 무리가 있겠지만 문명의 이기를 누리고 있는 지금 애들 세대가 불쌍하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그 때는 그 때 지금은 지금, 삶이 같을 수는 없고 나는  단지 나만의 과거를 회상할 뿐이다.


어린 시절을 시골에서 자유롭게 보냈던 추억, 그래서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자란 아내가 볼 때에는

어디 동화책에 나오는 시골 소년 얘기 같다는 그런 추억을 갖고 있는 행복.

주말마다 그림 그리러 찾아 가는 시골마을에서 우연히 내가 살았던 동네와 느낌이 비슷한 경우 문득 옛추억을

회상해보는 일이 야외 사생에서 얻는 뜻밖의 즐거움이기도 하다.


간단히 동네 스케치 두 장..내수성(耐水)이 좋은  잉크라고 해서 샀는데  좀 번지지만 not b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