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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 write and draw to empty my mind and to fill my heart ..
유화(Oil Painting)

(유화) 천안 북면 명덕리에서 다시 가을을 그린다

by ts_cho 2016. 10. 19.


명덕리의 가을(II), 30.5 x 40.6 cm, Oil on Oil Paper, 2016


열흘전에 천안 명덕리에 가서 가을을 그리고 그 마을 인상이 좋아 꼭 다시 한번 가보고 싶다고

생각을 하고 있던 차에 화요일 사생나가는 풍경화가회에서 명덕리에 간다고 하기에 화요일 출정!

주말에 한가할 때 화구를 들고 이동할 때는 별 문제가 없었으나 평일 남들 다 출근할 때 붐비는 버스 전철에

유화장비를 들고 이동하니 생각했던 것보다 신경도 꽤 쓰이고 그러다보니 피곤하다.


전철안에는 출근하느라고 바쁜 샐러리맨들..핸드폰 쳐다보는 사람들, 조는 사람들, 귀에 이어폰 끼고 뭔가를

듣는 사람들..아침이지만 다들 피곤한 표정들이 역력하다.

직장생활 초년병 시절이 떠오른다. 처음 역곡에 집을 마련하고 그 붐비면서 에어콘도 없던 시절 1호선 전철에

부대끼며 출퇴근하던 그 시절..술마시고 밤 늦게 귀가해도 아침에 만원 전철에 낑겨 지각하지 않으려고

열심히 살던 시절..새벽에 하던 민병철 생활영어 녹음해서 워크맨으로 전철안에서도 공부하던 기억들 등등...


아마 저 젊은 친구들은 나를 보고 주중인데도 출근하지 않고 그림장비들고 놀러(?) 나가는 저 양반

팔자 좋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항상 틀에 꽉 잡혀 다람쥐 쳇바퀴 돌리듯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는 부러운 모습이겠지만.

나는 오히려 피곤한 모습들이지만 그래도 처자식 먹여살리겠다고 열심히 하루하루를 사는 그 젊은이들이

그리고 내 젊은 시절이 그립고 그래서 그들이 부럽기만 한데 저들은 내 마음 알 턱이 없겠지.


명덕리에 간지 열흘만에 다시 왔는데 경치가 많이 달라졌다. 그 때 황금빛으로 출렁이던 벼들은 이미

수확이 끝나 황량한 벌판으로 변했고 그래도 나뭇잎들은 더 단풍이 들고..가을이 깊어간다.

그 때 그리고 싶었던 장소에는 이미 다른 분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 너무 복잡하고 비회원인지라

양보하기로 하고 이리 저리  둘러보다가 가을의 스산함이 느껴지는 구도 하나 잡아 한 장 완성한다.

평상시에 익숙치 않았던 구도라서 처음에는 좀 어색한 느낌이 있었으나 간만에 느낌이 좋은 그림 한 장

완성하여 이동에 몸은 몹시 피곤했지만 마음은 뿌듯한 하루가 된다.


시간이 좀 남아 원래 그리려고 했던 구도..그냥 간단한 수채 스케치 한 장 끄적거려본다.




     내가 자리잡으려고 했던 명당(?)  할 수 없이 오른쪽 위에 혼자 쓸쓸히 저 쪽 보고 그린다 ㅠㅠ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