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수리에서 깊어가는 가을에. 30.5 x 40.6cm, Oil on Oil Paper, 2016
가을을 재촉하는 찬비가 내리고 있다. 기온도 쌀쌀한게 이제는 본격적으로 가을이다.
가평 봉수리에는 가을이 완연하다.
그림 그리는 중에 찬비가 내린다. 지나가는 비 그러나 제법 오래 내린다.
우산도 없이 무방비..비 그치기를 기다리다가 비에 젖어 유화물감이 빗물과 함께 엉긴다.
막걸리 몇잔에 그리고 붉게 물들어 가는 단풍에 취해 가을을 그린다.
앞쪽에서 지질학자이신 문박사님이 손을 떠시면서도 열심히 그리고 계신다.
일요일, 수요일까지 일주일에 사흘을 그림 그리러 나가시는 그 정성과 열정에 감복한다.
씩 웃으시면서 "내일 모레 팔순이 되고 언제 죽을지 모르는데 빨리 열심히 그려야지" 하시는 그 말씀이
가슴에 찡하니 여운을 남기며 문득 나를 돌아보게 한다.
지난해 친구 성악발표회에 가서 처음 들은 가곡이 새삼 귓가에 맴돈다.
추억 . 정사임 시, 정애련 곡
아스라한 기억의 저 건너
레테의 강엔
보내지 못한 내 사랑이 울고 있었네
까치 노을 황금 주황에 젖은
비 내린 거리엔
어스름 황홀한 모자이크 같던
기억의 조각들이 살아나고
하나 둘 금빛 색체로 물들여진
거릴 걸으며
바람에 발그레진 내 시린 마음
어느새 그렇게 시간은 또 이렇게 흘렀는가
추운 겨울 유리창에
어느 누가 그려 놓은 서리꽃 화석처럼
난 이렇게 이 자리에 다시 서있네
난 이렇게 이 자리에 다시 서있네
마침 오랫만에 최광선 화백님이 나오셔서 대가의 솜씨로 수채스케치 몇 장 간단히 완성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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