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는 얼음, 송두율 지음, 후마니타스 발간, 2017
소련연방이 붕괴되고 역사는 자본주의의 손을 들어주어 이제는 더 이상 이데올로기가 이슈가 되지 않는다고 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 때 독일에서 사회주의를 연구하던 송두율교수의 책 " 역사는 끝났는가" 그리고 " 계몽과 해방" 이란 책에서
과연 사회주의는 끝났고 자본주의가 인류의 마지막 대안인가 하는데 대한 진지한 고찰을 읽은 적이 있는데
세계적인 철학자 하버마스의 제자로서 철학계에서나 이름이 꽤 알려져 있던 그의 이름이 그가 독일 생활을 접고
귀국하면서 북한 공산당원의 신분을 속였니 아니니 하면서 세간에 많이 알려진 적이 있었다.
그러다가 어찌어찌해서 다시 독일로 돌아가서 그 이후 그에 관한 이야기가 없었는데 이번에 자전적 에세이라는 형식으로
일종의 자서전을 발간하여 그동안 여러 이슈들에 대한 자세한 내막들이 궁금하던 차에 즉시 읽어 본다.
송두율교수는 이미 우리에게 소위 "경계인"이라는 이름으로 기억되고 있는데 독일에서 거주하면서 남북한의 통일에 많은
관심을 갖고 남도 아니고 북도 아닌 제 3의 위치에서 양쪽을 다 수용하면서 이해하자는 이론, 소위 "내재적 접근법"이라는
이론으로 북한 사회를 이해하자는 이야기를 하여 보수쪽에서 엄청난 비난을 받은 바도 있는 철학자로 막연히 알려져 있지만
이번에 그가 쓴 책을 읽어 보면서 그동안 그가 제3의 지대에서 남북한의 평화를 위해 학자로서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었는가를
자세히 알게 된다.
"불타는 얼음"이란 메탄가스가 땅속 300미터 아래에서 낮은 온도와 높은 기압으로 물과 혼합되어 얼음의 형태로 있으나
메탄가스 성분때문에 불이 붙는 실존하는 물질인데 그가 자전적 에세이의 제목으로 쓴 이유는 "낙관이 체념으로 변하지는
않았으나, 낙관이 그저 낙관만을 위한 자기변명이 아니라 생명력 있는 낙관이 되기 위해서는 긴 과정과 많은 실험이
필요하다는 것을 나는 배우게 되었다. 한마디로 절제할 줄 아는 낙관주의이다. 나는 이를 은유적으로 불타는 얼음이라고
부른다" 리고 책의 표지에 밝히고 있다.
분단의 시간이 길면 길어질 수록 이질적인 요소들이 더욱 더 공고해지고 자리를 잡아 가기 때문에 통일이라는 것이 단번에
무력으로 통일이 되는 것이 아닌 이상 장시간의 화학적인 결합의 시간이 필요한데 그런 의미에서 통일이라는 것은 어떤
사건이라기 보다는 하나의 과정으로 인식해야 한다는 그래서 인내를 가지고 노력을 해야한다는 저자의 지론은 지극히 당연하다고
볼 수 있는데 왕왕 극우쪽에서는 통일은 대박이니 하는 그냥 준비가 제대로 되지도 않은 구호나 이야기하고 있고 또 얼마나 많은
피해가 있을지 감히 상상도 못할 북진통일등의 무모한 주장등을 하는 것을 보면 어이가 없기도 하다.
독일 통일의 예를 보아도 그냥 하루 아침에 동서독을 가로 막고 있던 장벽이 무너진 것이 아니고 그간에 얼마나 많은 노력들이 있어 왔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힘이 들더라도 꾸준히 인내를 가지고 차근차근 접근해 나가야하는데 문재인 정부 시작부터 극우쪽에서는
부정적으로 비난하는 것을 보면 그런 세력들은 정말 통일에 대한 의지를 갖고 있는가 의심스럽기까지 하다.
냉정히 생각해보면 아마도 한반도를 둘러 싸고 있는 세력들 중 어느 나라도 한반도가 통일이 되는 것을 진심으로
바라는 나라는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선 미국은 북한이 핵을 개발하여 대륙간탄도탄으로 미국 영토를 위협하지 않는
선에서 한반도가 긴장관계를 유지해야만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미국 군수물자를 수입하는 한국시장을 유지할 수 있고
또 일본이나 중국도 강력한 하나의 나라가 동북아에서 새로 위치 메김하는 것을 군사적 그리고 경제적인 이유에서도 환영하지는
않은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보면 우리 민족의 장래를 다른 나라의 손에 맡길 수는 없는 일...
힘이 들더라도 주변 강대국과 이해를 조정해 가면서 우리 스스로 우리의 운명을 개척해 나가야하는 정말 어려운 일이 지금
문재인 정부 앞에 주어져 있으니 보수나 진보나 다 힘을 합쳐 같이 노력해 나가야 하는데 지금 현실이 그런 것 같지 않으니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 없다는 생각이다.
아무튼 통일 이슈에 대해 쓰다 보니 이런 저런 내 생각을 썼는데 송두율교수의 책을 읽으면서 다시 한번 통일이란 그렇게
간단한 이슈가 아니고 많은 인내가 필요한 사실이라는 것을 새삼 생각한다.
그가 주장하는 북한사회를 내재적으로 보자는 이야기는 북한을 옹호하자는 것이 아닌데 일각에서는 상대방을 이해하자는 것은
옹호하는 것이라는 논리를 주장해 비방하지만 이는 내재적인 접근이 다른 한편으로 전제하는 조건, 즉 타자의 이해가 자기 비판적 태도를 담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고 하는 저자의 논리를 한번 진지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아프리카인들을 늘 "야만적"이라고 보았던 서구 식민주의자들이 과연 자신들은 "문명적"이었는지 스스로 질문할 수 있는 성찰의
계기를 의미한다는 것도 잘 음미해 보야야 할 이야기이다.
물론 지금 북에서 하는 제반의 행동을 보면 이해가 되지도 않고 이런 상대방과 대화를 해야하는가에 대해 의문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티브이를 보면 탈북한 남녀들을 출연시켜서 북한 사회에서 있었던 일들을 희화화하는 조롱하는 듯한 프로그램들이 있는데 과연
이런 것들이 진정 바람직한 일인가 글쎄 개인적으로는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도 한다.
남북한이 대치하면서 엄청난 낭비- 경제적으로 그리고 뻑하면 종북이니 아니면 미제국주의 운운하면서 남북 어는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를 생각해보면 어떻게 해서라고 뻘리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켜 그 많은 낭비되는 에너지를 우리 후손들의
미래에 투자해야하는 중차대한 임무가 우리 세대에 주어졌다는 숙명적인 사명감!
송두율교수의 자전적 에세이를 읽으면서 통일이라는 이슈에 대해 다시 한번 진지한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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