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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 write and draw to empty my mind and to fill my heart ..
유화(Oil Painting)

(유화) 가평 상천리 매서운 겨울날씨를 무릅쓰고..

by ts_cho 2017. 12. 17.

 

가평 상천리에서, 30.5 x 40.6 cm, Oil on Arche Oil Paper, 2017

 

날씨가 정말 차다.

아침에 집을 나설 때 영하 7도라지만 가평 벌판에 서니 쌩쌩 불어오는 찬바람에 체감 온도는 영하 10도 아래로 떨어지고

강한 바람에 재대로 이젤을 펼 수도 없으니 원하는 구도를 그리지 못하고 결국 축대옆으로 옮겨 바람을 피해보나 별로

나은 것도 없는 매서운 겨울날...그래도 그림에 몰입하는 즐거움. 추위도 잊게 하는 야외 사생의 치명적 매력!

 

겨울에 눈과 관련하여 기억하는 시가 몇개 있는데 하나는 "잉크병 얼어 드는 이러한 밤에 어쩌자고 잠을 꺠어 그리운 곳

차마 그리운 곳" 이라는 절절한 시귀가 인상적인 이용악 시인의 "그리움"이란 시와 또  "추위 가득한 저녁 하늘에

찬찬히 깨어진 금들이 보인다. 성긴 눈 날린다" 하는 시귀로 기억하는 황동규 시인의 "조그만 사랑의 노래" 등.....

며칠 전에 친구가 김경미 시인의 "첫 눈" 이라는 시를 소개해 주었는데 아련한 정서가 이 세모에 잘 어울리는 시라는 

생각이 든다.

 

김경미 시인의 <첫눈>

 

마침내 그대편지가 오고 천천히 밖으로 나선다.

 

하늘이 낮고 흐리고 어둑하니 자꾸 뒤돌아본다.

무엇을 하고 싶은대로 다했고 무엇을 못했을까

뱀의 머리위를 지나듯 살라 했건만 낙엽밟듯 살아왔을까

선한 눈빛이 가장 깊은 것인줄 이제야 알겠거니

너무 많이 화를 내거나 울어왔던가

생각할수록 시간이여 미안하다 미안하다는데

 

창밖으로 문득 첫눈 쏟아지네

희디 흰 형광가루들 순간 점등되는 지상

낮고 흐린 하늘이 떨어지면서 저리 환한 눈송이

되는 이치를 아무래도 그대와 걸으며 생각하노라면

 

첫눈 밟듯 살다보면

삶은 거저 내준 게 처음부터

너무 많았다고 따뜻한 눈물 글썽여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