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 아렌트의 생각, 김선욱 지음, 184쪽, 한길사 펴냄, 2017
우리에게 소위 "악의 평범성 ( the banality of evil) " 이란 용어로 알려져 있는 한나 아렌트 ( Hannah Arendt)의
정치 철학에 대해 한나 아렌트 연구 전문가인 숭실대 김선욱 교수가 쓴 책이다.
아렌트는 유대인이면서 여성 정치 철학자로 독일의 저명한 철학자인 하이데거와 야스퍼스 밑에서 공부한 학자로
2차대전 전범인 아이히만에 대해서 악의 평범성이란 관점에서 1965년에 발표한 글로 일약 세간의 관심을 받게
되었다는데 사실 나도 그 정도 이상의 지식도 없는 상태이었고 또 별로 그의 사상에 대해 더 알고 싶은 생각도
없었기 때문에 일전에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즈음하여 블로그에 글을 쓸 때 잠시 이 말을 언급한 적이 있는 정도
이었는데 이번에 우연히 이 책을 읽으면서 좀 더 한나 아렌트의 정치 철학에 대해 알게되는 계기가 되었다.
2016-7년에 걸친 촛불혁명을 계기로 시민들의 적극적인 정치참여가 활발해졌는데 이 책에서는 과연 정치란 무엇이고
또 정치에 있어서의 제반 화두에 대해서 아렌트의 생각을 비교적 알기 쉽고 간단하게 요약을 해놓아 일반인들이
나름 자기 정치철학을 확립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이 드는데 솔직히 내 입장에서는 그동안 다른
정치 관련 책들을 통해 나름 생각들을 해오던 주제들이다보니 별로 특별함이 없이 단지 생각을 한번 더 정리해보는
시간이 되었다.
정치란 무엇인가, 정치와 인간다운 삶, 악의 평범성과 책임의 문제, 독단과 이해, 자기 민족의 잘못을 비판하기,
전체주의란 무엇인가, 공적인 것과 사적인 것, 진리의 정치와 의견의 정치, 정치와 도덕, 혁명과 정치, 자유와 제도,
법과 시민 불복종, 올바른 정치 판단 등 이 시대를 사는 시민이라면 한번은 진지하게 생각해보면 좋은 주제들을
아렌트의 생각을 중심으로 설명하고 있어 아직 이런 주제에 대해서 잘 개념이 잡혀져 있지 않은 일반인들이 보면
좋은 책이라는 생각을 한다.
책 중 95쪽에서 내가 관심을 갖고 읽었던 내용을 간단히 소개해 보면 지금 우리사회는 2차대전시 나찌 독일처럼
비밀경찰도 없고 강제수용소도 없는 민주사회이지만 대중은 왠지 모를 외로움을 느끼고 적지 않은 이가
'나는 잉여적 존재다'라고 느끼는데 왜 전체주의도 아닌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가.
현대 자본주의의 구조 안에서 개인은 실존적인 공포를 느낄 수 밖에 없다. 경제적 가치가 인간을 포함한 모든 것의
가치를 저울질하는 척도가 되고, 물질적 생산성이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이 때 개개인이 추구할
수 있는 가치의 다양성 그리고 그것의 기반이 되는 인간의 복수성은 억압되고 소외되고 무시당하게 된다.
다시 말해 경제적 가치라는 단일 가치가 인간의 삶을 지배하는 전체주의적 ( totalitarianism) 힘을 갖게 된다.
이제 물질적 생산성은 이데올로기가 되고 상대적인 수준의 빈곤만으로도 수용소에서 느낄 수 있는 공포를
맛보게 된다. 우리는 우리를 잉여적 존재로 만드는 이러한 사회 문화에 대해 개인으로서 또 시민으로서 제대로
저항하고 있는지 물어보아야 한다.
자발성, 나만의 개성, 인간의 복수성에 대한 인정 등이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의 삶 속에서 자유를 가능케 하는
원천이다. 특히 정치적 자유는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 안에서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게 하는 본질적 요소다.
바로 정치적 자유가 전체주의와 가장 정면으로 맞서는 인간의 행위가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악의 평범성' 에 대해서
" 생각을 멈추면 판단 능력을 잃게 되어 결국 현실에서 일의 의미를 파악하지 못하게 된다.
바로 이 지점에서 절대악이 발생할 수 있다. 현대인의 바쁜 생활로 우리는 이와 같은 '악의 평범성' 에
노출된다. 성실하게 살아가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생각없이 성실하게 살아가면 우리는 성실한 악행자가
될 수 있다. 그렇기에 우리 속에는 늘 생각이 살아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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