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이 넘는 미국 일정을 끝내고 돌아오면서 비행기 안에서 돌아오는 길에 읽을 책을 갖고 가지 않아 딸의
서가에서 한권 골라 기내에서 그럭저럭 읽다가 남은 부분을 마져 끝낸다.
IT 분야에 근무하지만 그전부터 문학 서적을 즐겨 읽는 딸이 한국에 있을 때부터 이상 문학상 책을 사 보는 덕분에
나도 같이 읽어 보곤 했는데 아마 작년에 한국에 출장 왔을 때 사가지고 간 책인 모양이다.
아무튼 이번에 이 책을 읽으면서 막연하지만 내가 예전의 나와 많이 멀어져 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비록 대상작인 "꿈을 꾸었다고 말했다"가 쉽게 쓰여진 중편 소설은 아니지만 읽어 가면서 영 소설을 읽는 즐거움을
느끼지 못했고 같이 수상 후보에 오른 몇 편의 작품들도 소설을 읽는 즐거움을 느끼지 못해 스스로 왜 이럴까 곰곰히
생각해본다.
생각해보면 그동안 주로 팩트에 기반을 둔 책들이나 아니면 소설이라고 해도 서사적인 소설을 중심으로 읽어와서
그런지 이 책에 수록된 중단편 소설들에서 보이고 있는 상징성이나 표현상의 농축성에 쉽게 공감을 할 수 없었는데
그 이유가 아마도 소위 "문학 근육"이 약해져서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본다.
일전에 문유석 판사가 쓴 "개인주의자 선언"이라는 책을 읽고 책 중에 한 부분에 공감이 가서 내 불로그에도 옮겨
놓은 부분이 있는데 그 부분을 다시 옮겨보면...
책중에 순수문학은 장르소설 같은 즉각적인 몰입감을 주지 않고 또 인문학 사회과학 서적처럼 즉각적인
정보를 주지 못해 점차 멀어져 가고 있어 읽는데 힘이 든다고..소위 " 문학 근육"이 약해져 가고 있다고..
그렇지만 순수문학은 인간의 개별성, 예외성, 비합리성을 체험하게 해줌으로서 인간에 대한 훨씬 높은 이해를
가능케 해주는 그 힘을 얘기하고 있는데 전적으로 동감..
요사이 순수문학과 멀어지면서 상상력이 빈곤한 사회가 되고 또 그래서 각박한 사회가 되어가는 것 같은 안타까움!
한편 내 마지막 조그만 자존심이 남아 있어 조금 반항을 해보자면 그래도 비교적 문학 소설을 즐겨 읽고 또 인문학적
감수성이 아직은 남아 있는 내가 별로 재미있게 읽지 못했다면 소설의 주제는 차치하고라도 글의 구성이나
스토리 텔링이 어딘가 미진하지 않은 것이 아닌가하는 어쩌면 교만한 생각도 해본다.
심사평 중에 한국문학의 위기들을 언급한 것을 보면 내 생각이 그렇게 많이 잘못되진 않은 것 같기도 하지만
어찌되었던 이번에 읽은 2018 이상 문학상 작품들은 나와는 별로 케미가 안 맞는 것 같다는 결론.
사족 하나...요즈음은 작가들의 가방끈들이 길어서 그런지 너무 난해하게 글을 쓰고 있다는 생각도 한다.
물론 순수문학이다보니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너무 현학적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사족 둘...감히 내가 한국 문학에 대해서 이러쿵 저러쿵 이야기 한다는 것이 어불성설임을 잘 알고 있지만 이 블로그의
글은 순전히 내 개인적인 수준과 생각의 글이니 남들이 혹시라도 오해가 없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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