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의 수레바퀴,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지음, 강대은 옮김, 황금부엉이 발간, 306쪽
평상시에 인터넷 교보를 뒤적이다가 보고 싶은 책이 있으면 일단 보관함에 저장해 놓았다가 대여섯권씩 모아서 구매하는데
이 책은 어떻게 해서 내 보관함에 들어갔는지 잘 생각이 나지 않는다.
아마도 즐겨보는 자서전 카테고리에 있었던지 아니면 " 죽음을 통해 삶을 배우고자 하는 이에게" 라는 책의 부제에
끌려서인지도 모르겠지만 어찌되었든간에 한번 시작하고 책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끝까지 논스톱 완독한다.
저자는 스위스에서 태어나 2차대전의 격랑속에 여러 우여곡절을 겪고 결국 의사가 되어 미국인과 결혼하여 미국에서 활동한
정신의학자인데 이 책은 그 녀가 담담하게 자기의 1926 년 탄생부터 2004년 78세의 나이로 눈을 감을 때까지
죽음을 앞둔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이들을 통해 깨달은 삶의 의미와 목적을 기술한 책인데 책의 전반부에는
유럽에서의 삶의 기록들을 정말 진지하게 기록하고 있고 후반부에는 미국에서 어떤 시점에 죽음이라는 화두에 몰입하면서
죽음뒤의 삶과 또 영의 세계에 관심을 갖게 되고 또 실제 그녀가 겪은 영과의 조우등을 생생하게 기록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한 때는 기독교에 흠뻑 몰입한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무신론도 아니고 유신론도 아니고 어정쩡한 상태에
있는 입장인데 어떤 때는 생명이란 그냥 전기 코드를 뽑으면 모든게 끝나는 것이라는 생각도 하고 어떤 때는 뭔가
내가 모르는 다른 차원의 세계에 대한 막연한 생각도 하면서 이런 저런 책들을 읽어 보고 또 사유를 하고는 있지만
아직 육체와 분리되는 영의 세계에 대해서는 어떻게 정리를 못하고 있는 입장이지만 이 책의 후반부에 저자가
진지하게 영의 세계를 기술한 것을 읽고 나서는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사람들마다 종교적인 견해가 다르고 또 체험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믿음에 대해서는 굳이
왈가왈부할 이유도 없고 그대로 존중해주면 된다는 입장인데 이 책을 읽고 나서는 좀 더 관련된 책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
항상 번역한 책을 읽을 때는 아마존 싸이트에 가서 오리지날 책에 대한 미국인들의 평이나 독후감등을 읽어 보곤 하는데
아마존 싸이트에 가니 대부분 감동을 받았다고 하지만 일부는 책의 후반부에 기술되는 영의 세계에 대해 주관적이라고
비판하며 실망했다고 하는 평도 있는데 어떤 호스피스를 담당하는 의사가 이에 대한 반론으로 그냥 일상적인 삶에
익숙하고 죽음이나 영의 세계에 대해서 별로 관심이나 진지한 묵상이 부족하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할 수 밖에 없지만
항상 죽음을 곁에서 보고 있는 본인의 입장에서는 너무나 진지하게 받아들인다는 반론을 보고 내 자신 마찬가지로
지금의 평범한 삶에 대해서만 생각하지 이런 다른 세계에 대해서는 노출된 적도 없고 또한 진지한 사유가 절대 부족하기
때문에 어딘지 낯설게 느껴지지 어쩌면 그게 전혀 허구의 세계는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하게된다.
한없이 넓은 하늘에서 잠깐 반짝이다가 끝없는 밤 속으로 사라져가는 무수한 빛 가운데 하나인 우리 인생을 저자는
죽음을 잘 이해하므로서 삶을 헛되게 보내지 않도록 진지하게 살아가라는 메세지를 던지고 있는데 결국은 과거는
이미 지나간 일이고 미래는 미지의 세계, 단지 지금 내가 존재하고 있는 실존에 충실하고자 하는 나의 다짐을
한번 더 다지게 한다.
그냥 흔한 인생론이 아닌 저자의 진지한 삶의 기록 그리고 그 진지함 때문에 저자의 죽음과 영에 관한 체험 기록을
가볍게 넘어가지 못하게 하니 책을 읽어 가면서 나의 삶을 다 한번 돌아다보는 계기도 되고...
죽음이라는 숙명 앞에 종교가 있는 사람들은 얼마나 자유로울 지는 모르겠고 또 종교가 없는 사람들은 어떤 태도를
취할지도 모르지만 그리고 영의 세계를 믿든 안믿든 간에 누구든 한번 읽어보면 의미가 있는 좋은 책이라는 생각.
한국에서는 2009년에 발간되어 당시 베스트쎌러가 되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서구에서는 이미 발간되면서 베스트
셀러가 되었던 유명한 책이라고 한다.
하나 더..그녀가 말년에 한 일은 에이즈가 아직 구체적인 원인도 모르고 암처럼 번지고 있을 때 가장 먼저 에이즈
환자를 위한 요양센터를 설립하려고 백방으로 노력하였으나 센터를 지으려는 지역의 주민들의 공포로 인해 무산이 되어
전국 각지에 에이즈에 걸린 어린 아이를 입양해달라는 캠페인을 벌렸는데 무려 350여 가정에서 입양을 신청하였고
또 직접 입양은 하지 못해도 다른 방법으로 돕겠다는 수많은 약속을 하였다는 기록을 읽으면서 미국이라는 사회를
한번 더 생각해 보게 된다.
우리 민족은 에이즈는 커녕 보통의 멀쩡한 입양도 거부하는 정서를 갖고 있어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해외에 입양시키는 아이의 수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적도 있었는데 미국이란 사회가 수없이 많은 갈등과 모순이
있어도 실질적인 강대국을 유지할 수 있는 힘은 이런데서 나오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본다.
" 우리가 지구에 보내져 수업을 다 마치고 나면 몸은 벗어버려도 좋아. 우리의 몸은 나비가 되어 날아오를 누에처럼
아름다운 영혼을 감싸고 있는 허물이란다. 때가 되면 우리는 몸을 놓아버리고 영혼을 해방시켜 걱정과 두려움과
고통에서 벗어나 신의 정원으로 돌아간단다. 아름다운 한 마리의 자유로운 나비처럼 말이다"
- 암에 걸려 일찍 죽을 수 밖에 없었던 아이의 질문에 그 아이에게 보낸 편지 중에서
암으로 일찍 세상을 떠나야하는 어린아이든 아니면 누구든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위안을 줄 수 있다면
또 위안을 받을 수 있다면야 내세가 있는지 없는지는 몰라도 그게 무슨 상관이 있겠냐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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