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속의 발자국, 성엄선사 지음, 대성 옮김, 탐구사 발간, 2011, 272쪽
비록 불교신자는 아니지만 종교에 대해서는 좀 더 포용적인 시각을 유지하기 위해서 가끔은 불교서적도 기웃거리고
불교티브이도 보기는 하지만 불교의 교리에 대해서는 앎이 일천한데 이 책은 "대만불교를 세계불교의 중심으로 격상시킨
성엄선사"라는 광고 카피를 보고 그런 고승의 자서전은 한번 읽어볼만하다는 생각에 일독한다.
2008년 미국에서 책이 나왔을 때 머리말에 보면 77세라고 하였는데 이듬해 2009년에 입적하셨으니 마지막 저술이 되는
책이란다.
13세에 출가하여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온 그의 일생은 어떤 면에서는 중국 근대사의 축소판과도 같아 중국 근대사를
한 개인의 역정을 통해 마이크로한 관점에서 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스님의 인생역정을 보면 20세기 초반 중국의 엄청난 혼란가운데서 태어나 재난과 어려움때문에 출가를 하게 되었고
불교를 인정하지 않은 공산당을 피해 대만으로 넘어와서 10년동안 국민당 군대의 군인이었으며 서른살에 다시 출가하고
초등학교의 학력이었지만 일본에 유학하여 박사학위까지 취득하고 다시 미국으로 건너와서 불교를 전파한 삶을
사신 분인데 스님이 머리말에서 밝히신대로 이 책을 쓰기 위해 인터뷰한 사람들이 불교의 교리보다는 20세기 21세기를
치열하게 살아온 한 승려의 치열했던 삶 그 자체에 관심이 많아 그 쪽에 초점을 두고 기록을 하고 있다는 말씀.
따라서 이 책에서는 어떤 불교의 가르침같은 내용은 별로 없고 스님의 인생역정 그리고 일개 동양의 승려가 미국땅에서
어떻게 적응해 불교를 전파하는가 하는 내용등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사실 내 입장에서는 불교 신자가 아니다보니 스님이 일본이나 미국에서의 불교적인 활동 내역에 대해서는 그리 관심이
없고 처음 그의 유년시절 중국에서의 삶 그리고 대만으로 넘어 올 때의 역사적인 환경등을 기록한 것에 관심과 흥미을 가지고
읽었는데 불교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중국불교의 여러가지 역사를 이 책을 통해서 이해할 수 있는 그런 면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특히 공산당에 밀려 대만으로 와서 군인으로 10여년간 근무했던 기록들은 내가 전혀 알지 못했던 역사였는데 이 또한
나의 중국에 대한 이해의 지평을 넒히는데 일조를 한다.
물론 이런 역사적인 사실에 대한 이해와는 별도로 한 인간이 진실하게 살아간 삶의 기록을 읽는다는 것은 커다란
배움과 영감을 얻는 좋은 계기도 된다.
사족 하나 :
세상 기준으로 위대한 인간이던 아니던간에 한 인간의 삶을 진솔하게 기록한 자서전을 읽는 것은 세상에 대한 이해의
폭도 넓히고 또한 자기 자신의 삶도 돌아보게 하는 좋은 계기가 되어 특히 자서전 읽는 것을 좋아하는데
서점에서 그리 진솔하게 쓰여진 자서전을 발견하기가 그리 쉽지 않은 것이 참으로 아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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