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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Books)

(책) 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 간다

by ts_cho 2020. 6. 21.

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 간다, 유성호 지음, 21세기 북스 발간, 277쪽, 2020

 

인터넷으로 책을 구매하기 시작하면서 좀처럼 책방에 가지 않게 되는데 일전에 명동 성당 지하에서 지인의 전시회가

있어 갔다가 바로 옆에 있는 책방에 가서 이 책 저 책을 둘러보다가 몇권 찜해 놓고 집에 와서 인터넷으로 구매한다.

인터넷으로 사면 정가보다 10% 싸게 해주니 굳이 책방에서 사서 들고 올 이유는 없다.

이 책 저 책 둘러보면서 딱히 보고 싶은 책도 없고 시간이 갈수록 매사에 열정이 떨어지는게 나이 먹어가는 

징조인 모양인데 별로 바람직한 현상은 아닐테고..

서울대학교 최고의 '죽음' 강의라는 부제도 있고 또 책 제목도 특별하여 한번 읽어보기로 한다.

 

그러나 내가 기대했던 내용과는 달라서 조금은 실망.

그렇다고 책 내용이 부실하다는 이야기는 절대 아니고 대부분의 이야기는 내가 이미 들어서 또 읽어서 알고 있던 

이야기들이어서 그런데 책의 부제에 쓰인 대로 갓 대학에 입학한 젊은이들은 아직 생명이나 죽음에 관한

지식이나 사유가 많이 부족할 것이니 이 책을 읽으면서 생명과 죽음에 대한 이해 그리고 삶에 대한 성찰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사실 내가 기대했던 것은 저자는 수없이 많은 시체를 부검하면서 죽음에 대해서 남보다는 아무래도 많은 생각을

하게 될텐데 보통 사람들이 생각치 못한 죽음에 대한 어떤 깊은 철학적 사유 같은 것이었는지도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저자의 본업인 의사답게 대부분 과학적인 내용을 주로 다루고 있다.

 

저자는 서울의대 법의학교실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지난 20년간 1500여 건의 부검을 담당한 법의학자인데

법의학( forensic medicine) 이란 시신을 검안하거나 부검하여 정확한 사인과 사망 경위를 밝혀 인권을 도모하는

일을 주된 업무로 하는 학문이라는데 그러러면 병리학이나 다른 의학지식은 필수겠지만 국내에 이 분야의 의사는

극히 드물다고 한다. 하기사 의대 졸업해서 이 분야로 가고 싶어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싶다.

요즈음은 외과같이 고된 분야도 꺼리고 돈이 잘 벌리는 성형외과 안과 같은데가 인기라고 하는데 더우기 시체를

부검하는게 주된 업무인 법의학을 전공한다는 것은 대단히 특별한 일일텐데 저자는 어떻게 해서 이런 전공을

선택하게 되었는가도 담담하게 이야기 하고 있다.

 

책의 내용은 저자가 그동안 부검했던 몇가지 사례들과 생명 시작에 대한 정의- 따라서 낙태의 경우 그것이

낙태인가 살인인가 등등- 그리고 죽음의 여러가지 이야기- 자살, 타살 등, 연명 의료에 대한 이야기 등

그동안 메스컴이나 다른 메체들을 통해서 듣고 알았던 내용들이라 새삼 새로울 것은 없었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새삼 죽음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게 된다.

 

내가 병원에 갔다가 한달 있다가 죽는다는 진단을 받았다고 한번 생각해보니 평상시에는 친구들과 술자리에서

60세 넘어서 죽으면 자연사라니 그리고 이제 뭐 인생 별거 있을까 지금 죽어도 별로 여한은 없다느니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가볍게 하곤 했지만 막상 한달 뒤에는 죽을 수 밖에 없다는 상상을 곰곰히 해보니 정신이

아득해지는 느낌을 받는다.

언젠가는 다가올 죽음을 피할 수 없는데 인생이고 또 지금부터 뭐 대단히 남은 삶에서 이룰 일도 또 할 일도 

없겠지만 죽음을 두려워하는게 인간의 본능일지언데 차차 남은 날은 줄어가고...

 

책 말미에 써있는대로 품위 있는 죽음이란 죽음이 두렵지 않은 상태의 죽음이고 생명체의 필연적 과정이므로

이런 사실을 정확하게 인식하는 것이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떨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그런 후 대척점에 있는 삶을 치열하게 끌어안은 인생을 산다면 그러한 사람에게 품위 있는 죽음이 가능하리라고..

죽음의 과정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늘 죽음을 인식하고 그에 따라 유한한 삶에 대해 감사하며 자신과 주변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은 마지막 죽음의 과정에서 선택할 여유를 갖게 될 것이다. 이러한 죽음이 품위있는

죽음이 아닐까.

 

Carpe Diem !! Momento Mor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