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린 산골 마을 , 23 x 31 cm, watercolor on canson paper. 2023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 백석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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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시에 관한 이야기는 2016년 백석 평전을 읽고 내가 썼던 글 일부를 옮긴다 )
나는 사실 백석 시인에 대해 그리 잘 알지 못했고 관심도 별로 없었다.
오랜 시간동안 국내에 없었고 가끔 한국에 업무차 왔다갔다 하면서 교보에 들려 책을 사서
보다보니 학창시절에 알지 못했던 시인들에 대해 알 수 있는 환경이 되지 못했었다.
단지 신문에서 읽은 기사들..대원각이라는 요정 주인 마담이 7,000평이나 되는 대단한
재산을 전부 법정스님에게 시주하여 그 요정이 길상사라는 절로 바뀌었고 그 주인 마담 이름이
자야(子夜)인데 백석 시인의 연인이었다는 그리고 남들이 그 엄청난 재산을 시주한 것이
아깝지않나고 물어볼 때마다 이 재산은 백석의 시 한 귀절만도 못하다는 얘기를 했다는
흥미있는 기사도 읽은 기억이 있지만 그의 시를 특별히 읽어본 기억은 없다.
그런데 최근에 티브이 무슨 프로에서 상당히 내공이 있어 신뢰성이 있는 어느 비평가가
한국의 시는 백석 이전과 백석 이후로 나누고 싶다는 극찬을 듣고 새삼 흥미가 생겨
그의 시를 찾아 읽어보다보니 안도현 시인이 쓴 "백석평전"이 있어 읽어본다.
꽤나 두툼한 책이다. 전체 454쪽이나 되니.
여기저기 자료를 찾아보니 한국의 중고등 국어교과서에 가장 많이 수록된 시인이
김수영과 백석이란다. 정말 뜻밖이라는 생각을 한다. 나도 학창 시절 김수영의 시를 많이
좋아해서 그의 시집을 갖고 다니기도 했지만 문학성은 차치하고 어쩌면 우울한 허무가
진하게 깔려 있는 그의 시를 교과서에 많이 수록했다니
그리고 월북한 백석 시인의 시까지...나의 학창시절에는 워낙 반공이 국시이다보니
월북 작가들의 글이나 시는 접근하기가 쉽지 않았는데 이제는 그런 이데올로기를 어느 정도는
예술분야에서는 극복한 것 같아 반가운 일이다.
백석이 지야에게 주었다는 그 유명한 시 "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도 그렇고 대부분
그의 시는 시인이 의도적으로 우리 말 우리 사투리를 사용하고 있으며 또한 일제시대에도
정말 그 당시 쉽지 않은 일이 었지만 한 줄도 일본말로 시를 쓰지 않았다는 사실이
새삼 시인의 우리 민족과 한글에 대한 애정을 짐작할 수 있다.
자기가 진정 사랑했던 여인과 결혼을 하지 못하고 방황헀던 영혼, 월북해서도 주류로
자리 잡지 못하고 결국은 오지로 유배되어 쓸쓸히 한 평생을 마쳐야헸던 시인의 일생을
진지하게 잘 기록하고 있어 두꺼운 책을 읽는데도 지루함이 별로 없이 잘 읽힌다..
평전 여기 저기 배경 설명과 함께 수록된 그의 시를 읽은 개인적인 느낌은 당시 주류이었던
영탄적 감상주의적 소월류의 감성를 넘어선 그렇지만 소위 모더니즘류의 말재주를 부리지
않은 담백한 절제된 시인의 깊은 사색이 드러나는 그래서 앞에서 얘기한대로 그 비평가가
한국의 시단에서 백석 전과 후라는 이야기를 감히 할 수 있었겠구나하는 생각도 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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